메리골드 세탁소를 읽고
1. 개략적 줄거리
주인공 지은이는 타인을 위로하며 치유하는 능력과 꿈꾸는 일을 실현할 수 있게끔 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사용법을 몰라 백만 번 반복해 태어나도 스스로는 불행하다. 그러다 메리골드란 마을에서 그 능력이 사용 가능해지며, 마음 세탁소라는 것을 열어 아픔의 얼룩을 세탁하고 치유하는 공간을 연다. 바로 1층은 공감 장, 2층은 아픈 얼룩을 세탁해 말리는 꿈 실현 장소인 것이다. 여기서 지은은 최초로 연희와 재하라는 친구를 만난다. 연희는 연인과 헤어진 고통을, 재하는 엄마가 나를 떠날지도 모르는 외로움에 두려웠던 어린 시절을 갖고 있다. 은별은 189만 구독자를 가진 인플루언서이지만 내가 아닌 구독자 반응을 먹고 사는 거짓된 삶과 그녀에 빌붙어 사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희생자이다. 그녀는 비본래적 삶을 살며 몇 번의 자살을 시도했다. 김영희라는 택배기사는 교수 아버지에 변호사 엄마, 전교 1등 동생 영수에 치어 가족에 인정받지 못하며 학창시절에도 왕따로 괴롭힘을 받던 존재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모든 것이 자기 탓인 것처럼 책망하며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은의 마음 세탁소에서 위로를 받고 마음의 얼룩을 지우게 된다. 다만, 대부분의 마음 세탁소를 찾은 손님들은 그 마음의 얼룩을 지움으로써 행복을 추구하지만, 재하 어머니 연자 씨는 '기억을 지운다고 다 행복해질까?'라는 지은의 의문에 달리 답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2. 인생의 금메달, 메리골드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오랫동안 이에 대해 숱한 논쟁이 있었지만, 여전히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공리적으로 따지면, 경제적 능력, 타인을 압도하는 권력, '내가 어떤 존재이다'라는 타자의 인정 등일 것이다. 그것은 그 반대 측에 있는 불행을 제거하는 뺄셈과 남보다 우위에 있다는 덧셈으로 이루어지는 듯해 보인다. 또 그 위치도 감히 다다를 수 없을 만큼 크고 높은 위치에 있는 듯해 보인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렇지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마치 파랑새를 찾아 무수하게 헤매다가 그 곁에서 그 새를 발견하는 동화 '파랑새'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과거는 지나간 현재, 미래는 다가오지 않은 현재로, 과거 일을 후회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라 오늘에 충실하라'라는 'Carpe Diem'을 말하기도 있다. [위키백과]
우리는 행복을, 특별한 기교, 타고난 운명, 현실을 견뎌내고 극복하는 데에서만 찾기 쉽다. 그렇게 되려면 남다른 재능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주인공 지은에게는 타인을 위로 치유하는 능력, 꿈꾸는 일을 실현하는 이런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런데 그것의 특별함은 보통의 일상사에서 실현되는 것이었다. 그녀의 특별할 것만 같던 마음 세탁소 곁에는 '우리 식당'이 있어 그곳에서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보여주는 평범함이 이 행복을 대변해 주지 않던가?
이 밖에도 다른 등장인물을 통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허위의 삶, 남의 삶을 짊어지는 타인의 삶이 결코 행복은 아님을 말한다. 결국, 상처는 자신이 치유하는 것이며 현실을 받아들여 자신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공감과 꿈을 이루는 능력은 가족 같은 사랑에 귀착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는 다만 반드시 이루어지는 행복을 텍스트 적으로 바라본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번 파리 올림픽을 통해서는 이 모든 것들을 말해주는 현실이 있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양궁의 경우를 보면, 아프리카 차드 출신 이스마엘 아다에라는 선수가 김우진과 예선전을 치른 적이 있다. 그는 세계 최강을 만나 1점을 쏘는 등의 형편없는 실력에도, 자신이 '무엇을 할지 알았다'라면서 김우진과 경기하는 영광을 누렸다고 활짝 웃었다. 또 브라질의 브루나 알렉산드로는 탁구에서 우리 선수 이은혜를 만나 3-0으로 완패한, 오른팔이 없는 선수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영웅이 아니며. 그래도 다른 사람, 특히 장애인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것을 보면, 행복은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처럼 멀리, 특별이가 아니라 가까이 평범에 있다. 그리고 행복은 불행이라는 것을 뺄셈하여 지우는 일에만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양궁 출전 선수는 가슴 보호대도 없고, 후원자도 없어 민무늬 티셔츠를 입고 출전할 만큼 가난한 국가의 국민이었다. 탁구 선수는 한쪽 팔이 없는 신체적 결핍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우고 싶은 결함을 세탁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자기 인정. 현실 인정과 그것에 충실함 그대로였다. 그것은 남이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자신의 삶이며 남의 눈치에 얹혀사는 타자의 욕망, 타인의 인정 욕구를 거부한 본래적 삶이다. 작품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그들이 상처를 안고 있다면 그것은 결국 자신이 치유하는 것이란 점을 잘 보여 준다. 결국, 그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것은 공감과 꿈을 실현하는 능력 그 자체였다. 그들은 가까이 있는 파랑새를 찾아내 보여줌과 자기 인정에 솔직함으로써 기필코 찾아올 메리골드를 이룬 것이다. 타인의 환호를 받는 금메달 대신, 그들은 진정한 인생의 금메달, 인생의 메리골드를 목에 단 것이다.
그처럼 우리의 평범함 속에, 공감성 속에서 메리골드는 언제나 나타날 것이다. 꼭 얼룩을 지우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