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살이 15 - 아파트 천장에 보이는 이 구멍은 무엇일까요?)
아파트 천장에 구멍이 뚫릴 수 있을까?
이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대답은 "네!!!"
한국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인도에서는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 우리 집 천장에 구멍이 뚫렸다.
사진에 명확하게 보이는 저 볼트가
정확하게 우리 집 천장을 뚫었다.
처음엔 집이 무너질 것 같아서 놀라고,
무슨 공사를 이렇게 하는지 화가 났다가,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던
사건 일지를 하나씩 공개한다.
작년 11월, 우리 가족은 오랜 호텔 생활 끝에
인도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이사의 기쁨은 잠시였고,
이삿짐을 넣는 것부터 각종 가전 설치, 잦은 고장으로
난 해외 생활의 쓴맛을 처음으로 봤다.
(인도 이사의 쓴맛은 인도살이 10, 11편에 담겨 있다)
그 뒤로 이삿짐이 정리되고,
조금씩 생활에 안정을 찾아갈 무렵
위층 인테리어 소음이 시작됐다.
보통 한국의 신축 아파트는
기본적인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하자와 보수,
빌트인 가구나 가전까지 모두 갖추고 입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인도는 아파트 분양 후에
집주인의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
그 뒤에 이사를 오는데, 공사 기간도 길고 제각각이다.
그래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입주민들이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곳곳이 공사 현장이라 먼지와 소음이 가득하다.
우리 위층 역시 매일 무언가를 뚫고 부스는
드릴과 망치 소리가 입주 이후 계속됐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드릴, 망치 소리와 함께 한다)
처음에는 우리 집 인테리어 공사 때에도
다른 집에 이렇게 피해를 줬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했다.
그리고 큰 소음이 있는 공사는
며칠이면 끝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1달 정도를 버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굉음을 동반하는 공사는
3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커져갔다.
집안에서 대화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고,
헤드폰을 쓰고 있거나, 노이즈 캔슬링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이었다.
결국 우리는 공사가 가능한 시간을 확인하고,
공사 시간 이외의 공사 소음에 대해서는
계속 항의하면서 가까스로 버티며 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한국의 설 연휴가 시작될 무렵, 사건은 터졌다.
<2025년 1월 27일 월요일>
천장 페인트가 떨어지기 시작함.
드릴 공사가 계속되는 방의 천장에서
천장 페인트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드릴과 망치,
큰 진동으로 울리는 해머 소리에
내 머리가 같이 흔들리고 울리는 느낌이었다.
<2025년 1월 28일 화요일>
천장 페인트가 더 많이 떨어지고,
페인트가 갈라진 금이 보이기 시작함.
천장 페인트가 바닥으로 계속 떨어지더니
결국 페인트가 갈라진 금이 보였고,
공사는 소음 수준이 아니라 굉음으로 더 심해졌다.
이날 지인들과의 단톡방에서
난 공사 소음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고,
천장이 뚫리고, 무너질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며
무섭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왜 불안한 예감은 꼭 맞을까?
<2025년 1월 29일 수요일>
우리 집 천장은 결국 뚫렸다!!!
아이와 저녁을 먹고 있었고,
갑자기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방문을 열어보니까
천장이 뚫리면서 잔해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고,
그 순간에도 드릴 소리는 계속됐다.
너무 놀라서 아이에게 영상을 찍어달라고 하고
난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천장이 뚫렸다는 이유를 설명할 틈도 없이
급하다고 빨리 와달라고 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바로 집으로 왔고,
처참하게 천장이 뚫린 것을 보더니
직원도 이마를 짚으며
위층 공사 현장으로 뛰어 올라갔다.
위층 공사 현장을 확인해 보니까
23층과 24층을 뚫어서
복층으로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우리 집 천장을 뚫었던 부분은
복층 계단에 박았던 아주 긴 볼트였다.
아무리 그래도 볼트가
아랫집 천장을 뚫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천장 두께가 얼마나 얇으면 저럴 수 있는지,
부실 공사가 아닐까 두려웠다.
그 뒤로 여러 명의 직원들이 상황을 살피러 왔고,
바닥에 떨어진 잔해들을 치워주면서
내일 바로 보수 공사에 들어가서
이틀 동안 공사를 진행하겠다며 돌아갔다.
<2025년 1월 30일 목요일>
천장이 뚫린 방의 보수 공사 시작!!
천장이 뚫린 방 안에 있던
가구와 가전들은 모두 거실로 나왔고,
세탁기와 건조기는 옮기지 못하고
급하게 보수 공사가 시작됐다.
하루는 시멘트와 석고 작업을 하고,
그 뒤로 페인트 작업까지 이틀이면 가능하다고 해서
당연히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
<2025년 2월 4일 화요일>
천장 뚫린 보수 공사 마무리!!
이틀이면 가능하다고 했던 공사는
주말을 포함해서 5일이나 이어졌다.
그 사이에 우린 세탁기와 건조기,
김치냉장고를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참아야 했고,
공사하는 직원들이 계속 집에 드나들고 있어서
난 꼼짝없이 집을 지켜야 했다.
결국 보수 공사는 5일 만에 끝났고,
다행히 구멍이 뚫렸던 자리는 보수됐다.
한국이라면 언론에 보도되고,
부실 공사 여부를 판단하는
종합 점검에 들어갈 정도로 큰 일이
인도에서는 이렇게 보수 공사로 끝이 났다.
더 놀라운 건, 천장이 뚫리는 사고를
한국인인 우리만 심각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집주인이나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보수 공사를 하면 된다며
너무 태연하게 대처했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우리와 인도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느끼면서
난 인도살이의 쓴맛이 아니라
뜨거운 맛을 봤다.
그래도 보수 공사가 잘 끝나서 다행이다...
이렇게 글이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보수 공사를 끝냈더니, 또???
기가 막힌 사건은 다음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