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어둠 속에도 새벽은 있었다.
태양은 없었지만,
먼 하늘로부터 미세한 빛의 먼지들이 흩날리며
거리를 희미하게 밝혀주었다.
여자는 바닥에 깔린 안개 위를 조심스레 걸었다.
발밑에서 먼지가 일었다.
먼지조차 빛을 머금고 있었다.
“저쪽이야.”
어제 만난 중년 여자가 앞장서 있었다.
손에는 반쯤 닳은 구슬이 달린 끈을 쥐고 있었다.
“뭘 하는 곳인데요?”
“빛을 모으는 공장이지.”
여자가 대답했다.
“사람들이 떨어뜨린 빛, 흩어진 빛,
그런 걸 모아서 다시 쓰는 거야.
그게 우리가 사라지지 않는 방법이지.”
골목 끝으로 나아가자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벽은 금속도 돌도 아닌, 수천 개의 빛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문을 열자, 눈부심 대신 싸늘한 공기가 밀려왔다.
안에는 수십 명의 영혼들이
각자 손에 작은 통을 들고
바닥에 떨어진 빛의 잔해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바닥의 빛은 부서진 유리처럼 반짝였고,
그걸 긁는 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만들었다.
“여기 앉아.”
중년 여자가 작은 금속 통을 건넸다. “이걸로 하루를 채워야 해.”
여자는 그 통을 내려다보았다.
안엔 희미한 빛의 가루가 한 줌쯤 있었다.
손끝으로 가루를 살짝 집어 올리자 손바닥이 따뜻해졌다.
“이게… 살아 있는 건가요?”
“살아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죽은 것도 아니지.”
중년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남은 온기야.”
그 말에 여자는 한동안 손을 펴지 못했다.
공장 안의 영혼들은 말이 없었다.
다들 같은 표정, 같은 동작. 빛의 가루를 긁어모으고,
그것을 구슬 속에 채우고, 다 채운 구슬을 긴 줄에 매달았다.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휴식 시간이란 뜻이었다.
여자는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며 멀리 창문 밖을 올려다보았다.
거기엔 아주 작게, 하늘 위의 빛나는 도시가 보였다.
하늘 아래의 어둠과 하늘 위의 빛이 한 선으로 맞닿아 있었다.
“저건 뭐예요?”
“빛의 도시.”
중년 여자가 낮게 속삭였다.
“저기 사는 영혼들은 굶지도, 일하지도 않아.”
여자는 말없이 그 빛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시,
그 도시에서 떨어지는 한 줄기 빛이
마치 자신을 향해 흘러내리는 듯 보였다.
그녀는 손을 들어 그 빛을 받았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빛은 손끝을 스쳐 지나, 바닥의 가루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빛은 그녀가 모으던 구슬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구슬 안에서 부드러운 빛이 피어올랐다.
아주 짧게나마, 그녀의 얼굴에 따뜻한 색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