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넘는 인연 속 사랑
밤새
사랑이 찾아오셨네.
사랑이 잠 못 들까
잠들걸랑 소리 없이 오셨네.
이별한 사랑이
못내 그리워 다시 오셨네.
못다 준 사랑이 미안해서일까.
못다 한 사랑이 아쉬워서일까.
하얀 신
백색의 자태
고운 날갯짓으로 오셨네.
어느 때
어느 사랑일까나.
흰빛보다 고운 화색으로
창문 열어 눈맞춤하니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내 뺨을 건드리네요.
님은 어느 시절 사랑인가요?
이리도 많았구려
아쉬운 이별의 사랑.
내게 훨훨 날아드는 사랑은
내 인연이었겠건만
숱하게 날아가는
저 사랑은 누구의 인연일까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김소월 진달래꽃 중)
봄에 간 사랑은
진달래꽃으로 피어나
그조차 꽃잎으로 즈려밟혀 갔구나.
겨울에 간 사랑은
눈으로 와
나의 온기에 온몸 녹여 가는구나.
오래오래 보고 싶어
켭켭으로 포개어
순백의 화이트카펫 만들었구나.
봄꽃처럼
겨울꽃도 즈려밟고 가라고.
PS- 1월 5일 아침, 눈 떠 창문 여니 눈발이 바람에 실려 내 얼굴에 닿아 사라졌어요. 날아드는 눈발이 꼭 나를 아는 듯 반갑게 다가왔지요. 순간에 사라지는 순백의 눈을 아름다운 오래전 사랑으로, 차마 떠나고 싶지 않아 발에 밟히더라도 오래 보고 싶은 마음, 쌓인 화이트카펫으로 표현했어요.
김소월 님의 시 진달래꽃에 담긴 의미와는 다르지만, 봄사랑과 겨울 사랑을 대비키 위해 두 소절만 인용해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