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을 열면 타이어 바퀴가 보일까
또각또각 걸어가는 여인의 종아리가 보일까
여름 장마에 변기가 넘쳐흘러
기생충이 회자시킨 우리네 반지하 집
낮은 자세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의 거처 이곳이 아닐런지
햇살은 잠시만 머물러도
집 안의 아늑함은 비할 바 없어라
창문은 닫아두어 장막을 둘러놓아
오가는 자동차 소음, 재촉하는 발걸음 소리
어지럽고 혼탁한 속세와 거리를 두려는
고고한 수도사의 모습이 어른거리네
왠지 모를 비밀스러움에 이끌려
그곳에 속하고 싶은 마음 자꾸 자라나
구두소리 행여나 시끄러울까
오늘도 조심스레 반지하 그 앞을 지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