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사랑한다면 감수해야 하는
오늘의 내 주인공은 출근길에 마주친 어떤 할아버지다. 행여 버스를 놓칠까 분주히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어깨 너머로 “아름다운 아가씨.”라며 날 부르는 어떤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낯선 목소리와 내 눈앞의 주인공은 날 순간 얼어붙게 만들었다. 낯선 이를 사랑하면서 그런 순간엔 얼어붙어버리다니. 역시 세상은, 사람은, 나는 모순적이다. 흠칫 놀라 그를 응시하는데, 얼어붙어버린 나를 눈물로 녹여낸 그의 한 마디.
“아름다운 아가씨, 행복하시게.”
그렇다. 내 곁에 누군가는 날 미련 덩어리로 볼지언정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를 할아버지가 내 행복을 바라셨다. 그는 무얼 바라고 한 걸까? 내가 행복하면 당신도 행복해집니까?
되려 묻고 싶다. 그 작은 사랑을 본인 입에서 내 귀로 직접 건넬 용기를 가진 따뜻한 당신은 무얼 바라고 그랬는지. 그에게 답을 들으면 이 지구를 외계인처럼 떠도는 것만 같은 날 인정이 아니라 안아줄 수 있을까.
남들과 다른 마음의 크기를 안고 산다는 건 참으로 외로운 일이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결심했는지 모른다. 어디선가 나와 같은 외계인을 발견하고 싶어서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을 위로하고 싶은 것 같다.
우리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사랑을 찾을 것이고, 할 것이며 그게 동정인지 위로인지 헌신인지도 모른 채. 불현듯 만나는 그런 작은 사랑으로 나는 오늘도 내일도 덤덤하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