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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미야가 될 뻔한 춘식이

by 데이지 Feb 12. 2025

 며칠 전 큰딸에게서 택배를 보냈다는 전화가 왔다. 딸이 준비한 기념품과 차 그리고 춘식이를 보냈다고 한다. 연말 선물로 춘식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큰딸이 준비해 준 것이다.


 우리 집엔 막내 토실이 말고도 남녀시바, 라이언, 에비츄 작은딸이 데려온 옴팡이가 있다. 그리고 작년에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돌아올 때 데려온 어부바 삼 형제와 살고 있다.

가끔씩 심심하면 말도 걸고 지나다니다 눈에 띄면 안부도 묻는다. 카카오톡 친구들 중에 춘식이가 라이언의 애완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이언이 심심할 것 같아 춘식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그래서 큰딸이 연말 선물로 보낸 것이다.

 오전에 택배가 도착할 거라고 했는데 저녁이 되어도 택배는 오지 않았다. 큰딸이 배송조회를 하더니 배송완료 되었다고 한다. 문밖에 택배는 없는데 배송완료라니 택배사에 전화를 해야 하나 늦은 시간이라 내일로 미뤄야 하나 고민했다.

  "엄마, 우리 집 4호 맞지?"

  " 왜 우리 집이 4호야 3호지!"

  "엄마, 미안해 내가 주소를 4호로 보냈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딸이 집주소도 몰라 4호로 보냈다고 한다.

  "어떻게 집 주소도 모르니?"

  "집에 내 방도 없고 침대도 없으면서 그럴 수 있지!"

 이사오며 짐을 줄이려고 침대를 하나만 가지고 왔고 그 침대를 지금은 작은딸이 쓰고 있다. 큰딸이 어쩌다 오면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자거나 작은딸과 한 침대에서 지내다 가곤 한다. 일 년에 집에 있는 날이 며칠 안 되면서도 자기 방이 없는 것이 내내 서운한 말투다.

 주소 잘 못 쓴 것 탓하기에 앞서 택배를 찾으러 옆동으로 갔다. 우리 동은 1호에서 3호까지, 옆 동은 4호에서 5호로 되어 있다. 1층으로 내려가 4호 라인 12층에 갔다. 집 앞에 택배가 있어서 살펴보았으나 큰딸이 보낸 택배는 없었다. 벨을 누루고 기다렸다. 안에서는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고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어 돌아가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내렸다. 혹시나 기다렸더니 4호 주민이셨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택배 온 것이 있는지 확인을 부탁드렸다. 하시는 말씀이 아침에 출근했다가 지금 돌아오는 길인데 문 앞에 택배가 없는 것으로 봐서 도착하지 않은 듯하다며 택배기사 분하고 직접 통화를 해보라고 하신다.

 옆에서 큰딸과 계속 통화 중인 작은딸이 택배기사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자 큰딸이 모른다고 한다. 시간도 늦었고 다음날 택배회사로 확인해 보려 했다. 돌아가기 전 집 안에 누군가 택배를 들여놨지도 모르니 다시 확인을 부탁드렸고 주민분이 없다고 하시면서 안으로 들어가셨다. 큰딸과 계속 통화 중인 작은딸과 문 앞에서 기다렸다. 안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나더니 주민분이 문을 열고 택배를 가지고 나오셨다. 아이가 택배가 와 있어서 들고 들어왔다고 하시면서 연신 미안하다고 하신다. 오히려 우리가 더 미안해하며 택배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초인종 벨을 눌렀을 때 안에서 인기척이 없었는데 아이가 있었던 모양이다.

  "안에 아이가 있었는데 왜 가만히 있었지? 벨을 두 번이나 눌렀는데."

  "엄마, 우리도 그랬잖아!"

  "너도 그랬다고? 언제?"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외출하면서 초인종 벨이 울려도 대답하지 말라고 했었잖아. 여기 아이도 엄마 아빠가 그렇게 시키셨네."

 그제야 생각이 났다. 한참 택배기사나 가스점검 한다고 아이들만 있을 때 쉽게 문을 열어 사고가 생기는 일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만 남기고 외출할 때면 불안한 마음에 남편은 택배기사가 되어 벨을 누루고 안에서 딸들이 대답을 하면 들어가서 대답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곤 했다. 그럴 때면 큰딸은 아빠가 초인종을 누르지 않으면 대답을 안 하지!라고 반박했었다.

 작은딸은 4호 아이도 우리가 누른 초인종 벨 소리에 응답을 하지 않은 것이 자기 경험에 비추어 아빠가 대답하지 말라고 했을 거란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맞벌이 부모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일이 생겨 늦기라도 하면 집에는 오롯이 아이들만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잊고 있었지만, 한 때 치열하게 아이들과 보냈던 내 젊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어느덧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다.


 집에 들어와 택배를 열었다. 큰딸이 보내 상자 속엔 춘식이가 있었다. 이제 라이언은 애완동물 춘식이와 지낼 수 있으니 심심하지 않겠다. 출장 갔다 받았다며 기념품과 다이어리 기념수건 등 이것저것 챙겨서 보냈다.

 수건은 빨아 놓았다가 작은딸 복학할 때 보내면 되겠다 했더니 작은딸이 다이어리는 일기장으로 쓰겠다면 챙겨 놓는다. 큰딸이 챙겨 보낸 택배 안에 엄마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도 가득 담아 있었다. 예전부터 좋거나 맛있는 것이 있으면 가족을 위해 챙겨 왔던 딸이다. 

 먼 곳에 있는 동생을 위한 마음씀씀이가 예쁜 큰딸이다. 올해는 예쁜 딸의 마음을 담은 춘식이와 행복한 시작을 해 보련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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