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 이렇게 쉬웠어? ⑩] 평생 임차인으로 살 수는 없다
'응답하라 1988' 시절에는 신혼부부가 단칸방 월세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했다. 돈을 모아 방이 2개인 전세로 옮기고, 또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 내집마련하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집 한채에 수십년의 인생을 담아야만 하는 삶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통해 저금리로 목돈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경제적 수준보다 더 나은 집에서 전세로 거주할 수 있게 됐다.
전세자금대출은 임차인이 월세로 사는 것보다 나은 조건에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좋은 복지임에 틀림없다. 다음 단계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혜택만 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집의 가치를 바라보지 못하면 그것은 혜택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
전세는 보증금이라는 명목으로 임대인에게 목돈을 빌려주는 것과 같다. '어차피 돌려받을 돈이니 손해는 아니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집값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 전세보증금이 들어간 이 집의 시세가 2년 뒤 1억 올랐다고 치자. 집주인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 1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반면 임차인은 이자는커녕 집값이 오른 만큼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2년 동안 열심히 모은 돈을 또다시 임대인에게 무이자로 빌려줘야 하는 것이다.
'그 사이 돈을 모아 집을 사면 되지 않냐'고 항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자본주의 시장에는 인플레이션이 존재하고, 월급 인상률은 부동산 상승률과 물가를 따라잡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이라 말한다.
집값이 떨어져도 마찬가지. 내 돈이 전세보증금으로 묶여 있기에 매수 타이밍이 오더라도 기회를 잡을 수 없다. 결국 전세로 산다는 것은 내집마련을 할 기회를 잃는 것과 같다.
전세는 첫 독립 또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활용해야만 한다. 당장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임차인으로 안주한다면 평생 지금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내집마련을 할 수 있을까.
실제 매입한 아파트의 사례다. 인천 송도에 학군이 좋은 위치에 있고, 주변에 유해 시설이 없는 것은 물론 학원 인프라까지 잘 갖춰진 아파트다. 매물로 나온 가격은 6.36억 원이었다.
만약 현금으로만 이 집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월급 실수령액이 300만 원인 직장인이 이 집을 산다면, 월급을 거의 쓰지 않고 17년 하고도 6개월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오류가 있다. 위 기간은 그동안의 실물자산에 관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았다. 17년 6개월간 월급도 오르겠지만, 아파트 가격은 훨씬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다. 따라서 집을 살 수 있는 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을 살 때 대부분 레버리지를 활용한다. 덕분에 나는 이 집을 3,600만 원으로 매입할 수 있었다. 부동산의 매매대금 6.36억 원 중에서 1억 원의 대출을 받았고, 전세 5억에 임대를 놓았더니 실제 투입된 현금은 3,600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취득세 제외)
대출이 있는데 어떻게 전세를 놓을 수 있을까. 1억 원의 대출이 있어도 후순위로 5억 원의 전세를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임차인에게 보증 보험을 가입해줬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매 금액보다 대출과 전세를 합한 금액이 적다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3,600만 원은 월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소비 없이 딱 1년이면 모을 수 있는 금액이다. 여기에 직장인이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까지 추가로 활용한다면 기간은 더 단축될 수 있다.
이 아파트는 6.36억 원에 매수 후 가격이 상승해 현재 12억 원이 넘는다. 부동산 상승기에 16억 원까지 올랐던 적도 있다. 고작 3600만 원으로 상상할 수 없는 시세차익을 거둔 것이다.
나는 이 아파트를 살 때 3,600만 원을 투입한 반면, 임차인은 5억 원의 목돈을 투입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의 수혜는 온전히 집주인인 내게만 돌아왔다.
1986년부터 지금까지 집값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이 기간 동안 도중에 1997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음에도, 부동산 시세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만약 위 기간 동안 임차인으로만 살았다면, 실물 자산이 상승해도 계속 그다음 보증금을 모으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보증금 상승분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은 계속 외곽으로 밀려났을 것이다.
내집마련은 단순히 집 한채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재테크, 더 나아가 부자로 가는 첫걸음이다. 작은 차이로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내가 모아둔 돈이 적을 때는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으로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에서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내집마련을 통해 자산을 늘려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돈이 없으면 누구든 임차인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평생을 임차인으로 살 수는 없다.
전월세집을 잘 찾기 위해 '부동산 계약 이렇게 쉬웠어?' 콘텐츠를 읽은 모든 독자가 지금은 임차인에서 시작하지만, 앞으로 더욱 풍성한 삶을 만들어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위 글은 부동산 투자 전문가 송사무장(송희창)의「부동산 계약 이렇게 쉬웠어?」의 일부를 재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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