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았던 집_3
"그러고 보니 그 마을은 참 뱀 하고 인연이 많아."
오랜만에 본 엄마는 또 그렇게 싫어한다던 뱀 얘기를 또 했다. 강가 근처다 보니 어렸을 때 물뱀이 많이 나왔었다. 난 그때마다 얼음이 되어서 뱀이 먼저 사라져 주길 기다렸다. 반대로 뱀은 내가 먼저 가길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뱀이 어느 순간 종적을 감추었다. 동네에 버섯 농장을 가장한 공장과 고물상들이 들어오면서부터였던 거 같다. 뱀과 청둥오리들이 사라지고 버려진 고양이와 개들이 동네를 점령했다. 어른들은 뱀이 깨끗한 곳에 살아야 하는데, 동네가 너무나 더러워져 살 수 없어 도망간 것이라고 했다. 뱀을 무서워하던 나는 오히려 반가웠다. 뱀보다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더 귀여웠기 때문에. 더 이상 길에서 대치하는 상황도 없어질 테니.
동네에는 성황당 사당이 있었다. 밭 한가운데 뜬금없이 있는 사당을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동네에서는 일 년에 몇 번 그곳에서 제를 지냈다. 그때마다 엄마는 나와 동생들의 속옷을 가져가 태우고는 점괘를 받아 왔다. 당연히 그곳은 아이들에게는 금기시되는 장소였고, 근처에 가는 것조차 금기시 됐다. 난 성황당 근처를 지날 때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황당 사당 바로 뒤에 사는 동생친구의 집이 신기했다. 이렇게 금기시하는 곳 바로 근처에 살아도 되는 건가 하고. 그럼에도 그때는 그 두려움보다 친구집 마당에 있는 작은 두꺼비가 더 흥미로웠. 우린 자전거를 타고 동네 여기저기를 누비며 여름에는 송사리 가을 추수 뒤에는 메뚜기를 잡으러 다녔다. 그리고 그 어드매 사이에 사당 뒤 친구 집에 두꺼비를 잡으러 갔다. 해가 들지 않는 집 뒤쪽으로 가면 감나무 밑에 사방으로 이끼가 끼어 있었고, 그 주변에 수십 마리의 두꺼비 새끼가 있었다. 크기는 개구리만 했지만 확실히 개구리는 아니었다. 새끼 두꺼비들은 느릿느릿했고 우리는 빨랐다. 신기하게도 동네에 두꺼비가 있는 집은 그 집 밖에 없어서 심심해진 우리는 그 집을 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두꺼비를 손으로 덥석 잡는다는 게 상상되지 않지만, 심심한 시골에서 두꺼비는 우리에게 최고의 놀잇감이었다. 그때 우리는 몰랐다. 그 두꺼비집 밑에 구렁이 알이 묻혀 있을 줄은...
두꺼비 집주인이었던 친구네는 새집을 지어 동네 입구 쪽으로 이사를 하였고, 그곳은 외지인이 공장을 짓기 위해 사들였다. 구렁이 알은 터를 다지던 그때 나왔다고 했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닌 여러 개의 알이. 새 주인은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다. 알을 버리고 다시 터를 다졌고, 성황당 사당 뒤에는 패널로 된 이층 공장이 생겼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새 공장 세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은 이층 난간에서 떨어졌다. 반신불수가 된 사장은 십여 년 간 병원에 있어야 했고, 동네에 들어오기 전에 모아두었던 모든 돈을 잃었다. 공장은 그동안 가동되지 못했고 결국 경매에 넘어가 새 주인을 맞이했다. 이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길 엄마는 동화처럼 들려줬다. 그러고 보면 전설의 고향도 완벽한 판타지는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얼마 후, 동네에 불법 공장들과 고물상이 막대한 벌금을 버티지 못하고 동네를 떠났다. 고물상이 있던 땅은 다시 논밭이 되고 공장에 기대 살던 동네사람들은 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다시 예전 모습을 찾아가는 동네를 보며 뭔가 반가우면서도 뱀이 생각났다. "뱀들은 다시 이 동네로 돌아올까. 아님 이제 이곳을 완전히 떠난 것일까." 나는 어린 시절 대치했던 뱀이 떠올랐다. 엄마와 함께 뱀을 피해 집으로 돌아가면 뱀은 단단한 똬리를 풀고 스멀스멀 기어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그 뱀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