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아 Apr 09. 2024

한 배를 타고 있었다 - 그나 theme 1

저는 호주에 5년째 살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입니다. 본 글은 1인기업가로의 저의 출발이자 저의 브랜드 '더미그나(TheMe Kunah)'의 창조과정을 리얼하게 공개하는 글이므로 1편부터 읽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I love it!

Beautiful work!


No No No ~~!!!

Hang on. Hang on!!

No vowel!!

That’s a Korean one.


F S . No vowel!!

Okay Good. Well done. ( Big Smile)

Oops!

Okay good.

That’s a good one.

Good job.


Well done.


Okay.

Beautiful. Fantastic. Perfect...



30분 동안의 영어 발음 수업시간, 튜터 다니엘의 추임새다.

(내가 영어발음을 배우는 이유는... https://brunch.co.kr/@maypaperkunah/44 )


칭찬을 하면 힘이 나고,

노노노! 를 외치면 긴장하고.

그래도 될 때까지 연습을 한다.

그리고 다니엘은 나를 끝까지 기다려준다. 


내가 창피할까 봐, 다른 일을 하는 척, 

될 때까지 나를 기다려준다. 

은근슬쩍 넘어가 주지도 않는다. 

될 때까지 요지부동. 

나는 무조건 해내야 한다.


완벽주의 두명이 마주 앉아있다. 

그 목표는 더 확실하고, 더 높다. 


두 단어를 네이티브 발음으로,

자연스러운 인토네이션으로,

내 입에 착 달라붙어 편안해질 때까지.

몇 분이 되든 상관없이 기다려준다.

그리고 내가 해내면??


그는 나보다 더 좋아해 준다.


그리고, 스마일과 함께.

Well done! Beautiful work!!


진심이 담긴 기다림이고, 

진심이 담긴 칭찬이고, 

진심이 담긴 행복의 순간이다. 

그 행복을 함께 느끼니 더 뿌듯하다.




가끔은 내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를 단호하게 이끌 때도 있다. 한국인들이 따라 하기 힘들어하는 발음들이 연달아 붙어 있을 때다. 아마 그는 내가 100%까지는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오랜 노력으로 내가 해낼 때가 있다. 


그때 다니엘의 반응은.. 살짝 당황, 놀라움, 그리고 빅 스마일. 


이제는 한배를 탄 기분이다.


나의 목표가 그의 목표가 되는 단계를 넘어서서 

이제는 내가 그의 목표가 되었다. 

나의 영어발음을 완벽하게 하고,

나의 영어실력을 원어민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아들과의 의사소통의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내가 호주에서 영어로 인해 아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도전'이 되었음을 그의 눈빛으로 알 수 있다. 그의 손짓, 몸짓, 말투에서 알 수 있다.


그의 모든 목표가 나를 향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아니, 그의 목표까지 되지는 않았더라도, 그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은 안다. 내가 '배우는 자세'가 흐트러져 있을때 그는 더 강한 모습을 보인다. 그의 말에 화가 담겨 있음이 느껴진다. 이는 나도 그만큼 진심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그의 역할이지만, 이제는 튜터와 학생의 관계가 아닌, 이제는 다니엘 : 근아로서, 이 모든 과정들을 근아의 것으로 넘겨주고자 하는 그의 진심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의 '배움의 자세'도 바뀌었다. 모든지 흡수! 


그러하기에, 이제 나에게 던져지는 도전들이 예전과 다르다. 네이티브들만이 사용하는 아주 미세한 발음의 차이까지 알려주려 한다


한 단계를 넘어서는 수준이 아니다. 

모든 단계가 나에게 오픈되었다. 

야생에 던져진 기분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내 몫이다. 


그동안은 다니엘의 배에 내가 올라타서 편안하게 앉아 따라갔다면, 이제는 나의 배에 다니엘이 올라탔다. 그리고 그는 뒤돌아 앉아 나만 바라보고 있다. 휘청휘청 흔들리는 배를 내가 컨트롤을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어도, 그는 꿈쩍을 하지 않고 앉아있다. 나에게 눈빛으로 메세지만 보낼뿐이다. 


"You can do it." 

"Well done"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다. 


그는 나를 믿고, 나만 바라보며, 나에게 추임새만 넣어준다. 나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나는 다시 그를 믿고, 그에게 배운 것들을 되뇌며 나만의 방법으로, 나의 배를 앞으로 나아가는데만 집중한다. 


결국 배에 평온이 찾아온다. 

그러면 우리는 말없이 웃는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감사함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와 더미그나관계는 어떠한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지금 나와 더미그나가 타고 있는 배는 강물을 따라 잘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일어나 바둥거리면 배가 한번 휘청~, 가끔은 더미그나가 벌떡 일어나서 다시 배가 휘청 ~. 휘청휘청할 때마다 배가 뒤짚혀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나와 더미그나는 서로를 믿고, 서로의 균형을 맞춰 휘청거림을 줄이려 최선의 노력을 한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가만히...

다시 배의 흔들림이 잦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면 알 수 있다. 


그 휘청거림 속에서도, 

우리 배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강물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나의 배를 흔드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원인을 없애기보다는 나의 배가 그 흔들림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그러한 흔들림에 '나와 더미그나'가 영문도 모른 채 흔들려지지 않기 위해서다.


언젠가는 강물에서 바다로 나가, 더 거센 파도를 만날테니까.





'나는 인생을 올바로 살겠어. 선한 것에 목표를 두겠어.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선을 바라보겠어.'

이때 미래의 자신을 돌보는 당신의 모든 부분이 한 배에 탑승한다. 당신의 모든 부분이 오로지 한 방향을 바라본다. 당신은 더 이상 쪼개진 집이 아니다. 이제 단단한 토대 위에 확고히 서 있다, 더 이상 쉽게 설득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결의가 허무주의와 절망을 제압한다. 의심하고 시치미 떼는 자신의 경향에 맞서 싸워본 덕분에 다른 이들의 차갑고 부당한 냉소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데 성공한다. 당신 앞에 놓인 높은 목표는 큰 산의 정상, 저 멀리서 손짓하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이다. 그 존재만으로 우리는 희망을 품는다. 그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의미다. (주)


(주)조던 B 피터슨, 질서 너머, 웅진지식하우스, 2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