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식사, 빠져 있던 마지막 퍼즐
운동을 4년 가까이해왔다. 고관절의 경직은 조금씩 나아졌고, 정신력도 한층 단단해졌다. 예전처럼 두통에 시달리지도 않았고, 우울감도 한결 덜했다. 분명 좋아진 점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인바디 수치를 재면 근육량은 여전히 ‘보통 이하’에 머물렀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고, 낮이면 피곤이 몰려왔다. 결국 카페인에 의존했다. 커피 한 잔으로 두 시간쯤 반짝 집중했지만, 그 뒤엔 더 큰 피로가 몰려왔다. 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했고, 수면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쌓이고 쌓인 수면 부채가 내 몸을 짓눌렀다.
“왜일까? 왜일까?”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왜 근육량은 늘지 않고, 몸은 여전히 지친 걸까? 어디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그때 만난 책이 정희원 교수님의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과 <저속노화 식사법>이었다. 책장을 넘기던 중, 나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았다. 빠져 있던 것은 바로 “잘 자고, 잘 먹는 일”이었다.
운동만으론 답이 아니었다. 나는 근본적인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은 채, 운동만으로 만회하려고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책에서 본 문장이 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이 문장은 나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나는 운동만 붙잡고, 정작 수면과 식사라는 기초는 철저히 외면해 온 것이다.
실제로 나는 수년간 초가공식품과 빵, 분식,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웠다. 과일과 채소는 거의 먹지 않았고, 피곤하면 카페인으로 억지 각성을 했다. 밤에는 드라마를 보며 늦게까지 깨어 있었고, 새벽까지 잠을 줄이며 살았다. 식품 영양학을 전공했음에도 정작 내 삶엔 전혀 적용하지 못한, 무지한 영양사였다.
그 결과, 나는 30대였지만 몸은 이미 노쇠해 있었다. 숫자로는 젊었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이미 앞서 있었다.
정희원 교수님의 책과 강의를 통해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운동, 수면, 식사 —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몸이 변한다는 것을.
특히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근육도, 정신력도, 어떤 것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정희원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KABP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다.
Knowledge(지식). Attitude(태도). Belief(신념). Practice(행동)
아는 것(K)과 아는 대로 실천하는 것(P)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있다. 나는 이미 수많은 지식(K)을 가지고 있었지만, 태도(A)와 신념(B)이 부족하니 실천(P)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정보만 소비하고, 습관은 바꾸지 않았다. 그러니 삶이 원하는 만큼 달라질 리 없었다.
하지만 올바른 지식이 신념으로 연결되고, ‘내 삶을 바꿔야겠다’는 태도가 생기자 비로소 실천으로 나아갈 힘이 생겼다. 그제야 몸과 마음이 선순환을 시작했다.
나는 이제 안다. 내 몸은 누군가 대신 돌봐주지 않는다.
약에 의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저 잘 자고, 잘 먹는 기본을 지키는 일.
그 단순한 습관이야말로 내 몸을 살리고, 내 마음을 살리는 힘이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오랫동안 놓치고 있던 마지막 퍼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