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사람들이 내게 남긴 삶의 태도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 멋지다고 느끼는 기준이 예전과 달라졌다. 예전에는 잘생기고 화려한 외모에 마음이 갔다면, 이제는 꾸준히 달리고, 몸을 관리하며,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들에게 더 크게 매료된다. 운동을 생활로 삼은 사람들이 가진 마음가짐, 그 단단한 근육과 함께 다져진 마음근력이야말로 진짜 멋짐이라고 느낀다.
몇 달 전 스크린에서 본 탐 크루즈. 60대가 넘은 지금도 ‘미션 임파서블’에서 대역 없는 아찔한 액션을 소화한다. ‘탑건: 매버릭’에서 전투기를 몰며 하늘을 가르는 모습은 청년 못지않았다. 그 나이에 어떻게 저런 피지컬을 유지할 수 있을까? 경탄이 절로 나온다. 브래드 피트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영화 'F1'에서 달리는 장면 하나에도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있었다.
단순히 외모가 아니라, 꾸준히 단련해 온몸이 주는 생생한 생명력, 그 아우라야말로 진짜 젊음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나는 또 다짐한다. “평생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자. 평생 가꾸는 사람이 되자.”
국내에서도 내게 롤모델이 되어준 이들이 있다.
가수 션은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를 통해 삶을 나누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의 강연에서 들었던 말이 오래 남는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그는 달리며 모은 후원으로 수많은 아이들의 병원을 짓고 집을 세웠다. 그의 달리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었다. 무엇보다 진심이 담긴 그의 꾸준함이 울림을 준다.
배우 차인표. 북토크에서 그를 만난 뒤, 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잘 살아내고 있구나.' 그리고 동시에 다짐했다. '지금 해온 활동들을 멈추지 말고, 끝까지 이어가야겠다.'
그는 독서, 글쓰기, 운동이라는 세 가지 습관으로 자신을 단단히 지탱해 왔다고 말했다. 배우에서 소설가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습관 덕분이었다.
그에게 운동은 단순한 체력 관리가 아니었다. “외로울 때는 친구이고, 힘들 때는 비타민”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운동은 단 하나도 나쁜 걸 주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중심을 바로잡아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션과 함께한 권은주 감독님 북토크도 인상 깊었다. 그녀는 선수 시절 “쉬어도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늘 스스로를 몰아붙이다가 결국 부상에 시달렸다고.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천천히, 자기 속도로 가도 된다.”
그 말을 듣는데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 역시 늘 더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나를 갉아먹었으니까.
운동은 무조건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자기 몸의 한계와 신호를 알아차리고 그에 맞춰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녀가 “할머니가 되어도 달리고 싶다”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자기 돌봄의 철학처럼 들렸다. 나 역시 직립보행으로 끝까지 살고 싶기에 더 와닿았다. 걷고 뛸 수 있다는 건 근육과 심폐가 받쳐준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곧 남의 도움 없이 하루를 살아낼 힘이 있다는 뜻이니까.
달리기의 매력을 더 깊이 각인시켜 준 사람은 20년 차 러너이자 재활의학과 의사인 정세희 교수님이다. 그녀의 북토크와 책 《길 위의 뇌》에서 만난 문장들이 내 마음에 훅 들어왔다.
“나이가 들어도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하는 힘은 심폐 체력이다.”
달리기는 단순히 다리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 뇌와 마음까지 단련하는 행위였다. 3주만 침대에 누워 있어도 심폐 능력이 확 줄어든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더 다짐하게 된다. 평생 달리는 사람으로 남아야겠다고.
“재활의학은 기다림이다. 변화는 아주 천천히 온다.” 이 말 또한 내게 깊이 남았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재활 PT를 4년째 이어오며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었다. 그러나 며칠만 쉬어도 몸은 금세 신호를 보냈다. 건강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듯, 하루아침에 세워지지도 않는다. 결국 묵묵함이 실력이고, 끈기가 방법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오늘도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다.
이 모든 롤모델들의 삶에는 공통점이 있다. 꾸준함, 자기 관리, 그리고 운동. 운동은 몸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인생의 태도까지 바꿔 놓는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멋진 이유는 단순히 건강해 보여서가 아니다. 몸이 건강하면 마음이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하면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건강하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닮고 싶다. 평생 달릴 수 있는 몸, 평생 배울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엣지 있고 지혜로운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
달리기는 체력을 키우는 동시에 마음을 단련한다. 뛰는 동안 호흡이 정리되고, 호흡이 정리되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몸이 가벼워지면 마음은 고요해진다. 달리기는 인생의 산만함을 걷어내고 본질에 몰입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영화 'F1 더 무비'에서 브래드 피트(쏘니)가 조슈아에게 건넨 대사다.
“언론, 소통, 팔로워 다 소음이야.
이 레이스에 집중해야 해!
딴 데 보지 말고 달려!”
이 말은 단순히 레이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인생에서 진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흩어진 관심을 거두고, 모든 에너지를 그 하나에 쏟아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선택과 집중!
산만함을 걷어내고 본질에 몰입할 때 비로소 기회가 열린다. 그래서 달리기는 내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달릴 수 있는 몸은 우연이 아니라 습관의 결정체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더 멀리 가고 싶다면 먼저 몸을 준비해야 한다.
엣지 있게 늙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신발을 신고 나가 한 걸음 더 내딛는 일.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 그 꾸준함이 언젠가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닿게 해 줄 거라 믿는다.
“건강하게 오래,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