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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린 소파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10분 뒤에 또 알람이 울린다.
깊게 눌러있던 소파는 제자리를 찾는다.
가방의 지퍼를 닫는 소리가 잠시동안 들려온다.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희미하게 끝나면
나는 다시 잠에 들곤 한다.
여느 평일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아버지는
배드민턴 가방을 메고 집에 들어오신다.
배가 남산만큼 나오셔서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얼마 전, 아버지의 데이트 신청에 나는 동네 뒷산으로
올라 배드민턴 한판을 쳤다.
아버지한테 1점 내는 것도 어려워 짜증이 났던 어린
시절이 문득 생각났다.
지금은 아버지가 1점조차 내시는 게 어려워 보이신다.
한없이 데이트를 미루고 나니 아버지는 노쇠하였다.
힘 있게 잡던 채를 티 나지 않게 약하게 잡는다.
그리고 위로 뜬 셔틀콕이 보이는 시야가 번지는 걸
애써 참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