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튈르리 공원에서 파리지엔처럼 피크닉 하기

돈도 안 들고 파리 낭만 넘치는데 이걸 왜 안 해?

by 고추장와플

콩코드광장에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도착했다.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다(내가 아니라 발걸음이). 이곳에는 왕실의 전용 공원이었던 튈르리(Tuileries) 공원이 있다. 날씨도 해가 짱짱하고 피크닉 하기 딱 인 날씨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튈르리 공원 내에 있는 미술관(오랑쥬리 뮤지엄)에 갈 예정이다.

프랑스 하면 바케트가 아닌가. 아침에 빵집에서 바게트를 샀다. 라듀레 과자점에서 보고 비싸서 놀라 자빠졌던 마카롱인데 동네 빵집에서는 비교적 인간적인 가격(개당 3천 원이 완전 인간적이진 않지 않은가. 비. 교. 적.으로 인간적이다)으로 네 개를 구입했다. 프랑스치즈도 사고 싶었지만, 밖에서 오래 걸어야 했으므로 이렇게 더운 날 화장실 안에서 죽어가기는 싫기에 공원 근처에서 사기로 했다.

이것이 12000원 어치 마카롱이다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을 검색해 보았다. 미니 까르푸(Carrefour express)가 근방에 있. 지하철 Tuileries역에서 내리면 가깝고 찾기 쉬울 것 같다. 시나 피크닉 하실 분들을 위해 위치를 공유한다.

https://maps.app.goo.gl/XvqeMuZQ62hR2TP1A


앞으로 낮술 안 할 거라 결심했는데 벨루치언니의 꼬임에 넘어가 또 와인을 사 버렸다. 한참을 고민했다. 샴페인을 살 지, 그냥 적당한 와인을 사서 마실지. 샴페인을 사면 큰 병을 다 마셔야 하기 때문에 와인 작은 병을 샀다.


샴페인 애호가들은 샴페인을 사서 공원에 가서 피크닉해도 좋을 것 같다. 파리 시내에서 샴페인 한 잔에 14(2 만원 가량)유로가량 했는데, 냉장된 차가운 샴페인이 한 병에 36유로(5 만 5천원)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 Mumm, Möet & Chandon, Veuve Clicqout 등의 유명 브랜드 샴페인들이 다 있었는데, 한국에서 10만 원가량 하니 이곳에서 사서 맛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와인 혹은 샴페인의 단짝은 단연 치즈다. 노르망디 산 까망베르를 바게트와 먹으려 구입했다. 계산대에 나이프를 부탁하면 일회용을 제공한다. 비타민도 보충하려 체리도 한통 샀겠다, 이제 공원 안으로 들어가즈아.

파리지엔의 낭만 혹은 그냥 한량

들어가니 프랑스의 낭만이 철철 흘러넘치다 못해 줄줄 샌다. 튈르리 공원이 피크닉 하기 좋은 이유는 돗자리를 안 가져와도 된다는 점이다. 공원 전체에 저러한 철제의자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빈 의자가 있으면 가져다 쓰면 된다.

무더운 날씨에 잘 조성되어 있는 공원에 피크닉을 하러 나온 파리 시민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무엇보다도 그늘이 많아서 너무 좋았다.

총 30유로로 피크닉. 그 중 12유로가 짜부 된 마카롱 이라니...

가방에서 꺼낸 비. 교. 적. 인간적인 가격의 마카롱은 짜부가 되어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이렇게 한 끼 프랑스 식재료로 해결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프랑스 느낌 물씬 나는 튈르리에서의 피크닉이었다.

그늘을 즐기고 있는 벨루치언니

튈르리 공원은 앞서 말했던 카트린 드 메디치가 짔게 한 곳이다. 이상하게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라이벌 관계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벨루치언니의 코웃음과 이탈리아부심이 이해가 다고나 할까?


프랑스에 오랫동안 왕실전용으로 사용되었던 정원과 궁전을 설명하려니 카트린 드 메디치가 또 등장하셨다. 못 읽으신 분들을 위해 다시 올려드린다. 자, 카트린 드 메디치 씨 나와주세요.


https://brunch.co.kr/@gochujangwaffle/276


그런 벨루치언니는 노르망디 까망베르 치즈를 맛있다고 다 먹었고, 짜부되어 비닐봉지에 붙어있는 마카롱을 한 톨까지 남기지 않고 다 긁어 잡쉈다. 솔직히 말해봐, 그래도 여기 오니 좋지?


파리에 오시는 분들, 특히 오랑쥬리 뮤지엄에 가시는 분들, 파리 한복판의 왕실전용 정원에서 왕이 된 기분으로 프랑스 식재료와 술을 사서 피크닉을 해 보시길 바란다.

싸고 좋은데 안 하면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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