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 문제는 사실 신뢰 문제다
살다 보면 조언을 많이 구하게 됩니다.
유튜브나 인스타로 검색하는 것도 어떤 면에서 조언을 구하는 일이죠.
좋은 조언을 구해서 잘 따른다면 보통 인생이 개선되지만, 모든 조언이 다 도움 되지는 않습니다.
나쁜 조언을 따랐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도 드물지 않죠. 떠도는 소문을 믿고 녹즙을 먹었다가 간이 상한 사람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단톡방에서 추천받은 코인을 샀다가 큰 손실을 본 친구도 한 명쯤 있으실 거고요.
세상에는 나쁜 조언, 나아가 악의적인 조언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조언과 나쁜 조언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조언의 정확성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모르니까 조언을 구한 건데, 어떻게 그 조언이 맞는지 틀렸는지 알겠어요. 조언 자체의 정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력이 투명하지 않은 중고차를 살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과 같죠.
따라서, 우리는 조언이 아닌 조언가를 평가하게 됩니다.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죠.
즉, 조언 문제는 인간 문제이고, 신뢰 문제입니다. (사실 사회 문제는 어지간하면 신뢰 문제입니다.)
인간은 원래 집단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외모나 이미지로 믿을만한 사람인지 빠르게 판단하죠. 학위나 뉴스 기사, 소문이나 인상도 참고하고요. 하지만 이런 본능적인 판단은 딱히 믿을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웃기만 해도 사람들이 나를 신뢰할 확률이 올라갑니다.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기꾼에게 속는 사람이나, 주식방송을 믿는 사람도 언제나 많지요.
이처럼 인간의 본능은 빠르긴 해도, 정확성도 낮고 악용될 여지도 많습니다.
믿을만한 조언가를 구별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투자자 레이 달리오도 책 '원칙'에서 같은 말을 합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결정 가운데 하나는
누구에게 질문을 하는가이다.
좋은 조언가를 찾는 능력이 조언을 구하는 능력이고, 곧 복잡한 세상을 잘 살아가는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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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미국 최고 대학인 와튼 스쿨의 교수 애덤 그랜트는 책 '히든 포텐셜'에서 믿을만한 조언을 구분하는 3가지 기준을 알려줍니다.
책에서는 3가지 기준을 아낌, 신용, 친밀이라고 설명합니다.
분석은 훌륭한데, 번역하면서 단어 선택이 조금 어긋난 것 같아요.
더 정확한 표현은 진정성, 전문성, 친밀도입니다.
하나씩 살펴볼게요.
조언가가 나를 아끼는지, 즉 내가 잘되기를 진심으로 신경 쓰는지 알아야 합니다. 나를 아끼는 사람의 조언에 진심이 담겨 있다는 생각인데요, 꼭 나를 아끼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조언 자체에 진심이 담겨있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이해충돌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중고차 딜러는 차를 팔아야지만 돈을 법니다. 이 사람이 차를 추천하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요? 확실한 검증절차나 환불조건이 있지 않는 한 믿기 어려울 겁니다.
전문성은 조언가가 조언 분야를 충분히 잘 아는지를 의미합니다. 투자 조언을 하는 사람이 투자나 해당 업계를 잘 모른다면, 아무리 그 사람이 진심이고 착해도 조언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제가 늘 인용하는 켈리법칙의 문제와도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전문성 없는 조언가의 말이더라도 일단 재밌거나 내가 원하는 말이면 믿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러한 편향을 의식하고 중화해야 합니다. 또한, 가끔 유튜브를 보면 한 분야의 전문 가면서 (혹은 그마저도 아니면서) 세상 모든 문제의 전문가인 듯 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상 사기꾼입니다. 전문분야의 경계, 즉 능력범위를 알고 그 밖의 조언은 망설이는 것은 좋은 조언가의 신호입니다.
친밀도는 조언가가 나를 얼마나 잘 아는지를 의미합니다. 사람마다 필요한 조언이 다르기 때문이죠. 환자의 상태를 모르고 처방을 내릴 수 없듯이, 조언을 구하는 사람을 잘 알아야지만, 그 사람에게 꼭 맞는 조언을 해줄 수 있습니다. 총기를 영점조절로 정확성을 맞추듯, 조언도 사람을 균형점으로 영점조절합니다. 총기마다 영점조절의 방향이 다르듯, 사람마다 필요한 조언의 방향도 다르기 때문에,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종합해서 다시 정리하자면, 좋은 조언의 신호는 이렇습니다.
1. 조언가가 내가 잘 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나에게 관심이 없거나, 본인의 이득을 챙기려 하는가)
2. 조언가가 조언한 분야를 잘 아는가
3. 조언가가 나를 잘 아는가
3가지 기준을 기억해 두면 나쁜 조언을 피할 수 있습니다. 조언을 받아들일 때 고려할 점도 알 수 있지요. 진정성이 부족한 조언가라면 이해충돌을, 전문성이 부족한 조언가라면 정확성을, 친밀도가 부족한 조언가라면 나에게 맞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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