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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뇌가 멈춘다면?

나도 모르게 생각이 멈추는 지점

by 프로디

프랑스의 도시 루르드(Lourdes)에는 신비한 샘이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샘에 들어가면 병이 치료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병이 나은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매년 500만 명이나 방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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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의 천재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이 전설을 알게 되자 오히려 반문합니다.

만약 이 전설이 사실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연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정말로 치유의 기적을 믿는다면,
자세히 조사해서 더 잘 활용할 책임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매년 500만 명이나 이 샘을 방문하는데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샘의 '신비한 효능'이라는 표현을 보고, 생각을 멈췄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멈추는 지점

문제를 해결하려면, 답을 찾을 때까지 생각을 거듭해야 합니다. 그런데 때때로 이렇게 못할 때가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봤듯 '신비의 샘'이라는 이름 앞에서 사람들의 비판적 사고가 멈춘 것처럼 말이죠.


신비함 앞에서만 사람들의 생각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권위 앞에서도 사람들은 비판적인 사고를 멈추고기도 하죠. 심리학자 밀그램의 실험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사람들은 연구진에게 명령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450 볼트 전기충격을 가합니다.

723px-EXECUTION_BY_ELECTRICITY_electric_chair_illustration_Scientific_American_Volumes_58-59_June_30_1888.png Scientific American, Volumes 58-59, Munn & Company, 1888, page 407

전기충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듣고, 그 결과(죽음)는 생각하지 않은 채로 명령을 따랐습니다.


정리하자면, 다양한 상황(잘못된 가정, 막연한 믿음, 집단 동조, 권위 순종, 공포와 환상)에서 우리의 생각은 멈춥니다. 전기를 끊는 누전차단기처럼 우리의 사고를 멈추는 장치들을 ‘사고차단기'라고 부릅시다.


세상은 복잡하므로, 우리는 때때로 틀리게 되고, 틀렸을 때 어떡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고차단은 이런 고민과정을 막아버립니다. 우리의 눈을 가려 위험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죠.


특히, 중요한 문제를 고민하는 중 생각이 멈추면 문제가 벌어집니다. 전 재산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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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시로, 시스템 트레이딩의 전설이자 '돈을 이기는 법'의 저자인 알바트로스(성필규)님의 블로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6. 내가 묻고, 또 묻고 싶은것은..
도대체 네 생각이 틀렸을때는, 어찌 할것인가? 이다.
그 질문에 답을 못한다면.. 너는 이 시장에 머물러 있어봐야 소용없다.
남은 돈 가지고 가족들하고, 여행가는게 훨씬 낫다고 본다.
" 이거 추천해준 분이, 계속 가지고 있으랬어요. "
이 시장에서 내가 지겹도록 들어본, 가장 어리석은 말이다.


왜 이런 어리석은 말을 지겹도록 많은 사람이 할까요? 추천해 준 '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그로 인한 사고의 차단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성필규 님의 파생상품 거래처럼 복잡하고 리스크 높은 일을 한다면 더더욱 그렇죠.


사고차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내려간 사고차단기 올리기

안타깝지만, 사고차단은 본능입니다. 사고차단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차단된 상태를 자각하고, 다시 생각을 이어나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려면 내 생각을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내가 어떤 결론을 내린 근거가 있는지, 왜 그 근거를 신뢰하는지, 틀릴 수 있는 어떤 가능성들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위에서 남의 추천만으로 주식을 보유한 사람도 그렇습니다. 본인이 주식을 산 이유가 남의 추천이며, 추천을 신뢰할 이유도 모르며, 추천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식했더라면, 그렇게 위험하고 답답한 투자결정을 내리지는 않았겠죠.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추론을 잘하는 방법을 연구한 '슈퍼 예측'이라는 책에 따르면, 서로의 사고차단을 발견해 주는 그룹의 미래 예측능력은 전문가보다도 정확했습니다. (이 책은 다음에 다룰 예정이니 구독하시면 알림 드릴게요!)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내 생각을 글로 쓰는 방법도 좋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펴봤듯이, 내 생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니까요. 글쓰기를 통해 생각차단을 발견하고 고민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CIA에서 교육용으로 사용한 자료인 CIA 심리학이라는 책도 글쓰기를 통해 고민하라고 조언합니다.


파인만 테크닉을 사용하면 쉽게 내 생각을 관찰하고,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글쓰기로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파인만 테크닉을 다룬 글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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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제 글도 사고차단기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글마다 참고자료의 링크까지 답니다. 제 글도 의심하고, 반박하고, 분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결과를 댓글로 쓰셔도 좋고요. 제 글이 탐구의 종착역이 아닌 환승역이 되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클리어 씽킹, 슈퍼 예측, CIA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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