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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과학자인가요, 운전기사인가요?

지식의 깊이와 대응능력

by 프로디

"플랑크와 운전기사"라는 이야기를 아시나요?

워렌 버핏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가 소개해서 유명해진 이야기입니다.


얕은 지식과 깊은 지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야기이지요


과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는 노벨상을 타고 나서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했습니다. 매번 같은 내용으로 똑같은 강의를 반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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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운전기사가 플랑크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교수님 강의를 매번 듣다보니 이제 다 외웠습니다. 오늘은 제가 교수님인 척 하고 대신 강연을 해봐도 될까요? 교수님께서는 운전기사인 척 관중석에 계시면 되죠."


플랑크는 좋다고 했고, 수십번 강연을 들은 운전기사는 외운 내용 그대로 훌륭하게 강연을 마쳤습니다. 플랑크는 운전기사인 척 관중석에 앉아있었고요.


그런데, 강연이 끝나자 갑자기 한 과학자가 운전기사에게 어려운 질문을 했습니다.


운전기사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쉬운 질문을 하실줄은 몰랐네요.
제 운전기사가 대신 답해줄 겁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과학자와 운전기사의 지식 차이입니다.

(운전기사의 위기대처능력도 대단하지만요)



두 종류의 지식

찰리 멍거는 이 이야기를 통해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1) 과학자의 지식2) 운전기사의 지식이죠.


강연 실력만 놓고 보면, 과학자와 운전기사는 구분할 수 없습니다. 정해진 설명을 그대로 반복하는 일은 과학을 모르는 운전기사도 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운전기사가 아니라 앵무새라도 할 수 있습니다.


둘의 차이는 (즉 과학자의 전문성은) 질의응답에서 드러납니다.

운전기사는 외우지 못한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없지만, 과학자라면 연구분야에 대한 어떤 질문이라도 답할 수 있으니까요.


둘의 차이는 바로 '지식의 깊이'입니다.


얕은 지식은 남이 정리해준 지식을 이해하지 않고 암기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요리 레시피를 보고 외워서 따라한다면, 얕은 요리 지식을 가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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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지식은 직접 원리를 이해해서 새로운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단순히 레시피를 외운 것이 아니라, 조리법의 원리와 재료의 특성까지 이해했다면, 깊은 요리지식을 갖춘 셈입니다.


깊은 지식의 강점은 변수에 대응하는 능력입니다.

깊은 요리지식이 있는 사람은 재료가 바뀌거나, 사람들의 입맛이 달라지는 등 변수가 발생해도 이에 맞게 조리법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운전기사처럼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응할 수 없는 영역이지요.


얕은 지식과 깊은 지식의 차이는 직장, 학업, 일상에서도 쉽게 드러납니다.

지식의 깊이 차이는 업무에서도 드러납니다. 저는 예전에 개발자로 일했는데요, 지식의 깊이 차이가 개개인의 문제해결력의 차이를 결정짓고는 했습니다.

정해진 규칙대로 코드를 작성할 줄만 아는 개발자와,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해서 규칙을 만들고 개발까지 하는 개발자의 생산성 차이는 2배에서 10배씩 차이가 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역시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는 차이이지만, 임팩트가 크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때, 지식의 깊이 차이가 문제 해결력을 결정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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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지만 좋은 명품

깊은 지식은 훨씬 비쌉니다. 플랑크가 강연을 위해 몇십년간 연구했듯이요.

대신 깊은 지식이 주는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지식의 가치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총합이니까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얕은 지식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반면, 깊은 지식은 2차 문제예외상황 같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삶은 운전기사의 강연보다는 질의응답에 가깝습니다. 얕은 지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복잡한 현실에서는 정해진 문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변칙적인 문제가 생겨나기 때문이죠.

게다가, 보상이 큰 문제일수록 깊은 지식이 요구하는 어려운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의 지식은 깊나요?

급작스럽게 질문을 받은 운전기사처럼, 여러분도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마주한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지식의 깊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다뤘듯, 세상은 복잡하고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강연만 준비해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예외상황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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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임기응변과 대처를 요구합니다. 운전기사의 지식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얕은 지식은 변칙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복잡한 세상의 다양한 변칙에 대응하려면 깊은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하지만 깊은 지식을 쌓기는 어렵습니다. 플랑크가 몇십년간 과학 연구를 했듯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아주 중요한 주제에 한해서만 깊은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어떻게 깊은 지식을 효율적으로 쌓을 수 있을까요?


깊은 지식을 쌓으려면 '출력'과 '깊은 부호화'를 해야 합니다.

이들이 지식을 깊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핵심이지요.


이런 면에서, '글쓰기'는 깊은 지식을 쌓는 좋은 방법입니다. 글을 쓰면 이 둘을 다 하게 되니까요.

글쓰기는 단순히 생각을 적는 행위가 아닙니다.

추상적인 개념을 정렬하고 요약하고 비교하며, 생각을 더 깊게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노벨상을 받고 핵폭탄을 개발한 리처드 파인만도 글쓰기의 중요성을 얘기합니다.

파인만은 '모르는 주제를 이해하려면, 아이에게 설명하듯 글을 써보라'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쓰면 깊은 지식도 쌓이지 않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글쓰기로 깊은 과학자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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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해가 중요하다고 해서 암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절대 아닙니다. 자주 얘기하듯, 문제해결력의 상한선은 지식의 질이 결정하는데, 애초에 암기를 하지 않으면 이해할 대상도 없습니다. '이해 > 암기'가 아니라, '문제해결력 = 이해 X 암기'입니다.



참고자료: 가난한 찰리의 연감, 클리어 씽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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