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피넛 버터
나도 피넛 버터를 매번 만들어 먹는 유난한 인간은 아니었다.
가끔 피넛 버터를 바른 식빵에 슬라이스 한 바나나를 얹고 시나몬 파우더를 듬뿍 뿌린 토스트나, 베리 종류의 잼을 곁들인 PJ(Peanut butter&Jelly) 샌드위치가 당길 때면 좋은 퀄리티의 피넛 버터의 부재가 아쉬운 정도였다. 내 음식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역시 이 레시피도 므슈의 영향이 크다. 어느 날 선물 받은 우도에서 온 땅콩을 녀석이 몰래 까먹고 있던 걸 본 순간, 난 반은 얼어붙었고, 반은 사르르 녹아 버렸다. 혹시 땅콩 알러지가 있을까 싶어 놀라 얼었고, 속 껍질을 그 플랫한 입과 짧은 다리로 오도독오도독 까먹고 있던 녀석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녹아 버렸다. 그 뒤로 녀석의 특식 혹은 간식용으로 그야말로 땅콩 하나만 넣은 피넛 버터를 만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블렌더를 몇 개 망가뜨린 후 사람이 만들어 먹기 가장 편한 안정적인 레시피로 다시 태어났다.
피넛 버터는 좋은 땅콩, 좋은 소금, 깨끗이 소독된 유리병, 블렌더만 있으면 되고, 갖고 있는 블렌더가 10만 원 언더라면 식물성 오일을 첨가하는 편이 좋다. 땅콩은 9월 이후가 제철이니 꼭 지금 연습해 두었다가 그때 최상의 피넛 버터를 만나면 좋겠다. 지금 당신이 갖고 있는 땅콩으로 버터를 만들어 먹어 본 뒤, 뜨거운 여름을 잘 견뎌내고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할 즈음 얻을 수 있는 햇 땅콩으로 만든 버터를 먹어 본다면 그 차이를 바로 알 것이다. 겉껍질이 온전히 있는 국산 피땅콩을 일일이 까서 만든 버터와 시중에 흔히 볼 수 있는 수입 가염 땅콩으로 만든 버터가 내는 풍미의 차이는 또 엄청나고, 그 수입 가염 땅콩으로 직접 만든 버터와 시중에서 판매되는 피넛 버터와의 차이 역시 대단하다. 그러니, 무엇을 써야 할지 답은 매우 쉽다. 나는 소금을 코셔 소금, 코셔 인증 히말라얀 소금 굵은 것과 가는 것, 인증받은 신안 천일염과 인산 죽염, 유기농 레몬 제스트와 후추가 믹스 된 소금, 바이올렛 소금, Fleur de Sel 등 10가지 정도를 두고 상황에 따라 쓰는데, 무엇이 좋은지는 각자의 체질과 요리의 내용 등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코셔 솔트 하나 정도는 갖고 있으면 이용하기 좋다. 마트에 가서 소금의 가격이 천지 차이라면 그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 오일은 올리브유처럼 향이 진한 오일을 제외한 해바라기씨, 카놀라, 포도씨 등 식물성 오일을 쓰면 되는데, 되도록이면 유전자 변형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코셔/유기농 오일을 쓴다. 커피 두어 잔 줄이면 한동안은 고급 오일을 먹는다.
이런... 적다 보니, 그냥 쭉 유난한 인간으로 살아야겠다.
재료: 땅콩, 코셔 소금, 소독된 유리병, 블렌더
+ 유기농 식물성 오일, 꿀
+ 치아씨드, 플렉씨드 등
1. 땅콩을 마른 프라이팬에 약한 불에서 찬찬히 굽는다.
- 혹은 170도의 오븐에서 10분 정도 굽는다.
2. 땅콩의 뜨거움만 한 김 날리고, 온기가 있는 상태에서 블렌더에 넣고 오일과 소금을 더해 갈아 준다.
- 블렌더의 사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니 블렌더의 경우 30초 갈고, 30초~1분 쉬는 것을 수십 번 반복한다. 일반적인 사이즈의 블렌더라면 1분 갈고, 쉬는 것을 꽤나 반복하여야 한다. (블렌더 사용 지침을 꼭 확인하자.)
- 땅콩 1컵 : 오일 1Ts를 기본으로 하지만, 본인과 블렌더의 역량에 따라 가감할 수 있다. 땅콩만 넣고도 잘만 갈아준다면 충분히 버터를 만들 수 있다.
- 오일은 한 번에 많이 넣지 않고, 중간중간 블렌더를 멈추어 갈 때 조금씩 더한다.
- 단 맛을 더하고 싶다면 땅콩이 버터화가 모두 되고 뜨거움이 가신 뒤 꿀을 넣고 한 번 더 갈아 준다. 꿀은 열에 약하므로 절대 뜨거울 때 넣지 않는다.
- 청키한 피넛 버터를 원한다면 볶은 땅콩을 잘게 부수어 마지막에 더하여 섞는다.
- 치아씨드, 플렉씨드 등을 더하고 싶다면 땅콩이 어느 정도 갈리고 버터화가 진행될 때 넣어 함께 간다.
3.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 식힌 뒤 냉장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