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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연주 Aug 02. 2024

서울에 돌아와서 느낀 거북한 감정

내 집은 어디에 있는 걸까.

병원에 가기 위해 잠시 서울에 들렀더니 이곳이 몹시 낯설다. 무슨 1-2년을 내리 떠났던 것도 아닌데 어디가 내 집인지 나도 모르겠다. 어차피 내 세상은 다 부서졌다. 지붕 없는 집에서 뜬눈으로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지새우는 기분이다.


시골도 내 집이 아닌 것 같은데

보름 만에 온 서울집도 내 집이 아닌 걸 같으면

이 기분을 어떻게 소화시켜야 하는 걸까.




이미 다 잘라내서 몇 남지도 않은 친구들과 약속을 잡지 않았다. 늘 다니던 길로 강아지 산책을 했고 정신과를 가고 이비인후과를 갔다. 세계일주 할 때 썼던 배낭의 지퍼가 녹이 슬어 수선도 맡기고 왔다. 애착 배낭이니 꼭 잘 고쳐주셔야 한다는 부탁과 함께. 어젯밤 악몽을 심하게 꿨는지 목에 담이 와서 마사지도 받았다. 관리해 주시는 분은 젊은 사람이 뭐 이렇게 돌덩이 같은 목 어깨를 갖고 있냐고 뭐라 하셨다. 자기를 좀 가꾸라고, 마사지 한 번 받아서 될 게 아니라 평소에 스트레칭도 좀 하고 베개도 좋은 걸로 베야 한다며.


나는 나를 가꾸는 걸 완전히 손 놓은 지 꼬박 1년 하고 2개월이 지났다. 어차피 그럴 기분도 아니었고 그럴 정신도 아니었다. 유일하게 열심히 챙긴 부분은 병원에 가는 것과 우울증 약을 매일 먹은 것. 그리고 내 응어리가 가슴 한편에서 썩지 않도록 때마다 글로 토해낸 것. 그럼에도 여전히 나아진 것 하나 없다.




모든 일처리를 부지런히 완수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곳이 너무 불편하다. 어젯밤 꿈자리까지 뒤숭숭해서 오늘은 잠드는 것도 두렵다. 이렇게 애쓰면서 살면 뭐 하나.




빨리 돌아가고 싶다.

서울에도 내 자리는 없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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