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회불안장애를 앓고 있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나의 글은 자유로움이 아닌 평가받는 수단이다. 아무도 평가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 자체를 망설여지는 거다. 블로그 또한 오랫동안 써왔지만 나의 일기장이라 생각했어도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생각보다 버거운 일이었다. 이 마저도 힘든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아픔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나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이 공감받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살아가면서 글을 써야 하는 일은 수도 없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손이 떨리지 않기 위해선 나의 노력이 필요했다. 방법은 자신감이었다. 자신감을 위해서 나의 블로그를 키워가며 하나씩 노력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가끔씩 글씨를 쓰는데 손을 덜덜 떨며 두려워하는 나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브런치북이라는 하나의 도전을 시작해보려 한다. 내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느끼며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처음 내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화장실 가서 볼일을 보는데 소리가 신경 쓰였다. 그 후로도 수학 문제를 풀고 풀이를 다 지운다거나, 밥 먹을 때 손이 떨린다거나. 심지어는 사람이 지나갈 때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걸음걸이까지 신경 쓰인 나였다. 그렇게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서서히 인식했다.
모든 것을 회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 나에게 불안을 일으키는지 하나하나 파악할 수 없었으니 남들에게도 들킬 수밖에 없던 불안의 증세로 인해 죽음을 생각했다. 어김없이 걸음걸이가 신경 쓰이던 나는 주저앉았고 그 자리에서 울었다. 그 와중에도 내가 이상해 보일까 두려웠다. 집에 5분이면 갈 거리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러다 하늘을 쳐다보며 날아가는 새를 보고 나도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 후로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가끔은 하늘은 날고 싶다는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 많다 보니 나의 일상보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더 관심가지는 느낌을 받는다. 나와 다른 인생들은 어떤지 긍금해하기도 하며 시선을 무의식적으로 신경 쓰게 되는 나랑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그런가. 자꾸만 나를 외면한다. 하루빨리 몸을 떨고 두려워하는 공포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럼에도 내가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날 집에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틀렸기 때문이다. 결국 나 혼자서 집에 걸어서 갔으니. 불안은 서서히 괜찮아지는 것을 느낀 나는 너무 괴로워도 시간을 믿는 것뿐이었다. 불안한 당시엔 부정적인 생각뿐이지만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누구나 불안한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자신을 원망하고 미워하기만 한다면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나를 위해서는 천천히 자신을 사랑해주어야 했다.
현재는 익숙함이 두려움을 조금은 이긴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아프기만 한 마음의 병들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몸이 떨리는 순간들이 찾아올 때마다 내 힘으로 이겨낼 수 없어 답답하다. 불안의 이유를 모르겠다. 정신과를 다닌 지 8년, 이제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 행운이 찾아와 사람들에게 더욱 깊은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