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아버지와 함께 하는 첫 해외여행
이 하이킹 코스는 코로나 기간 동안 안전상의 문제로 닫혔다가, 2023년 3월 17일 세인트 패트릭 데이에 다시 열렸다고 한다. 나무 데크 덕분에 한국의 아차산 같다가도, 길쭉길쭉하게 뻗은 나무들을 보면 다시 캐나다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대부분 데크가 깔려있어서 남산을 오르는 정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아주 어렵지 않다. 물론 남산도 오를 때는 힘들지만, 정상에 도착하면 '오를 만했다'라고 느끼는 것 같이 오른 동안에는 좀 힘든데라는 생각도 여러 번 든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쉽게 즐길 수 있는 하이킹 코스여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하이킹 중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여유롭게 걷는다.
여유롭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코스가 쉽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날다람쥐 같은 2호에게 해당하는 말이고, 나는 헉헉대며 오른다. 2호는 나를 두고 재빨리 뛰어 올라갔고,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이 감탄하며 인사를 건넸다. 2호는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곧 칭찬에 '고맙다'라고 답하며 캐나다인들의 인사 문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해 갔다.
정상에 오르면 커다란 바위, 쿼리 락이 있는데, 여기서 딥 코브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바위 위에 앉아 햇빛이 바다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올라오느라 숨이 차 헐떡이던 것도 잊게 된다. 평화로운 바다 풍경에 힘들었던 하이킹이 제법 쉽게 올라왔었지라고 자동 보정된다. 바위 곳곳에 사람들이 앉아 있지만, 최대한 혼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각도를 찾아 인증 사진도 남겼다.
쿼리락에서 내려오자마자 바로 '젤라토 익스프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한국 분이 계셔서 주문할 때 마음이 더 편안했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놀러 왔다고, 지난번에도 하이킹 후에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며 잠시 수다를 나누었다.
가게 안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바로 옆 딥 코브 공원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것을 추천한다. 도넛은 기름지고 달고 약간 뻑뻑한 맛이 나서 적당히 단맛을 선호하는 한국인 입맛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하이킹 후에 배들이 정박해 있는 딥 코브를 바라보며 공원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와 함께 먹으면 도넛은 금세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