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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ro Dec 21. 2023

Day 1 고모와 만나자마자 먹고 또 먹고

칠순 아버지와 첫 해외여행


새로운 입국 시스템을 거쳐 입국장을 나온 우리는 드디어 공항에서 고모와 고모부를 만났다. 한국인답게 고모는 우리를 보자마자 ‘밥은 먹었냐’며 점심으로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나의 답은 늘 정해져 있다. 캐나다에서  도착하자 먹어야 하는 음식은 바로 A&W다. 







A&W는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캐나다에서 더 인기가 많은 버거 프랜차이즈로, 현재 캐나다 매장들은 캐나다 매장들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밴쿠버에 본사가 있다. A&W의 특이한 점은 파스맛의 루트 비어와 함께 마마 버거, 파파 버거, 그랜파 버거 같은 메뉴 이름이다. 물론 그냥 BLT 버거, 처비 치킨 버거 등 평범한 버거 이름의 메뉴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A&W 버거는 바로 '엉클 버거'다. 각종 신선한 야채가 가득하고, 두툼한 패티에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이 버거는 캐나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맛으로,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다. 기내식을 먹고 왔지만 마치 아무것도 안 먹은 사람처럼 엉클 버거가 쑥 뱃속으로 들어간다. 

식사를 하던 중 2호는 고모에게 자랑할 게 있다며 여행지 리스트와 깃발을 꺼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캐나다 여행 책자를 보며 가고 싶은 곳을 정리해 올 정도로 2호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2호의 To-do 리스트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매일 아이스크림 먹기'였다. 아이들은 햄버거를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는 바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자고 외쳤다. "배 안 부르냐?"라고 물어봤더니, "아무리 배가 불러도 아이스크림을 위한 배는 따로 있다"며 걱정 말라고 외쳤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곧장 어니스트로 향했다. 어니스트는 밴쿠버에서 시작한 로컬 아이스크림 가게로, 고모네 집 근처인 노스 밴쿠버에도 매장이 있다.

근데 가게에 도착해 보니, 아이스크림을 위한 배가 따로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도 슬그머니 아이스크림 먹는 대열에 합류하셨다. 결국 나는 세 명분의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집에서 먹을 것까지 포장해 왔다.








  

버거집과 아이스크림 가게를 들른 후에야 드디어 고모네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아버지께 동네를 소개할 겸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공원 산책로에 그려진 귀여운 픽토그램들, 잔디밭에 누워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 건물보다 높이 솟은 나무들까지—밴쿠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간단히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고모가 어느새 또 밥을 차려놓았다. 역시 우리 고모답다! 고모는 늘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하거나 식당서는 많이 주문하기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사육당하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한다.











저녁을 마치고 너무 배가 불러서, 소화를 시킬 겸 쉽야드 야시장 구경을 나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쉽야드는 선착장이 있는 지역으로, 작은 등대와 산책로, 마켓, 작은 미술관, 그리고 씨버스 승강장이 있다. 금요일 밤이면 이곳에는 야시장이 열리는데, 푸드 트럭과 야외 바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배를 꺼트리려 선착장 노을을 보며 설렁설렁 한 바퀴 돌고 있는데, 아이들이 또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했다.




 

이미 한 번 먹었는데도 또 먹겠다고 성화길래, 여기까지 왔으니 마음껏 즐기라며 노스 밴쿠버 로컬 아이스크림집인 'Welcome Parlour'에 줄을 섰다. 아이들만 먹을 줄 알았는데, 아버지께서도 역시 빠지지 않으셨다. 민초파 아이들에게는 민트 초코칩을 아버지께는 조금 가벼운 맛으로 레몬 라벤더 소르베를 시켜드렸더니, 맛이 없다며 투덜거리셨다. 아버지의 음식 평가에 대한 서막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밴쿠버에서의 첫날은 먹기만 한 채로 끝나가고 있었다.












첫날의 일정~























아이들은 역시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밴쿠버 첫날의 저녁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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