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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ro Dec 26. 2023

Day 2 이번에는 꼭 건너리, 카필라노 현수교

칠순 아빠와 첫 해외여행


오늘부터 본격적인 여행 시작이다. 


불량 가이드(?)인 나는 세세한 일정을 세워오지는 않고 꼭 가봐야 할 곳만 뽑아왔다. 그래서 가까운 지역부터 둘러보기로 하고 고모네 집에서 가까운 밴쿠버의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인 '카필라노 현수교'를 오늘의 여행지로 정했다. 그리고 카필라노 현수교 근처의 차로 5분 거리인 '그라우스 마운틴'과  '클리블랜드 댐'도 같이 보기로 했다.









  


카필라노 현수교는 1889년 스코틀랜드 출신 도시 엔지니어 조지 그랜트 맥케이가 삼나무와 로프를 사용해 강을 건너기 위해 처음 만들었다. 이후 여러 차례 보수 공사를 거쳐 1956년 새로운 소유주 레이 미첼이 철로 다리를 재건했고, 현재 공원의 모습은 그의 딸 낸시 스티버드가 아버지에게서 공원을 물려받아 관광지로 꾸미면서 완성되었다. 이 지역은 과거 벌목지였으며, 그 당시의 생활상은 공원 입구에 있는 '스토리 센터'에 간략히 전시되어 있다.









 Stibbar







카필라노 현수교 공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카필라노 현수교가 메인으로, 이 현수교를 건너야만 탐험할 수 있는 트리탑 어드벤처, 그리고 입구 쪽 절벽에 설치된 클리프 워크 등 세 가지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여러 번 이 공원에 왔지만, 한 번도 카필라노 다리를 건넌 적이 없었다. 그동안 카필라노에 쏟아부은 입장료가 아까워, 이번에는 꼭 건너서 뽕을 뽑으리라 다짐했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가고 있었으나, 앞에 있던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찍으려고 멈출수록 무서움이 커졌다.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면 다리의 흔들림을 애써 무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꾸 정체되자, 다리의 흔들림이 온전히 내 발로 전해졌고, 아래에서는 강물이 흐르는 굉음이 불안감을 더욱 자극했다. 결국 나는 이번에도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다.


 






다른 식구들이 다리를 건너가 트리탑 어드벤처를 즐기는 동안, 나는 시작점으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약간의 회복 시간을 가졌다. 현수교의 공포가 가시자 문득 본전 생각이 났다. 결국 흔들리지는 않지만 절벽에 설치된 클리프 워크로 향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여전히 공포심이 가시지 않아,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다리를 떨며 지나갔다. 입장료가 인당 66.95달러였으니, 하나는 해야만 했다. 캐나다는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에게 참 어려운 나라다."
















 다른 식구들이 다 보고 돌아오자, 우리는 마지막으로 기념품 샵에 들렀다. 고모가 기념으로 우리 모두에게 선물을 사주었고, 아이들은 인형을 골랐다. 사실, 고모가 선물을 사주지 않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마무리로 기념품 샵에 꼭 들러서 무언가를 사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물론 나도 기념품 샵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이 점은 나를 닮은 것 같다. 한편 네모남자는 언제나처럼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보지 않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는 큰 맘을 먹었지만 카필라노 현수교는 결국 건너지 못했다. 아마도 나는 영원히 이 다리를 건너지 못할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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