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네랑 May 19. 2024

Way Maker 14-3 가톨릭 스쿨

갈림길에 서다.

다른 스타일 다른 아이들


전에 언급했듯, Year R반에는 두 분의 담임선생님이 요일별로 나눠서  담당하고 계셨는데, 월, 화요일을 담당하는 Soft 한 C선생님과 수~금요일을 담당하는 Strick 한 L선생님이 계셨다. 


언제나처럼 같은 아이들도 선생님에 따라 달라졌다. 


C선생님이 맡은 날에는 떼를 쓰거나 징징거리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고, 사소한 요구사항들이 더 많이 진다.  L 선생님이 맡은 날은 그런 상황이 더 적었다.  같은 아이들인데도 영특한 이 아이들은 어디에 누구에게 발 뻗어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았다. 


내 입장에서도 개인적으로 대화하거나 좀 더 relax 하며 일하기에는 C선생님이 훨씬 편했고, L 선생님이 계시는 날은 대화할 때도 좀 더 조심스러웠고 일할때도 tension이 느껴져 좀 더 긴장되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보조교사로서는 L선생님과의 시간이 편했다. 


왜냐하면 C선생님과 있을 때 유독 아이들의 요구사항이 더 많아져서 사사로이 챙겨야 할게 많아지고 행동적인 면에서도 훈육에 involve 되어야 하는 상황이 잦았지만, L 선생님은 일관성을 중시하고 단호한 편이라 이이들의 행동관리 면에 그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었기에 내기 직접 아이들을 훈육하는 상황이 적었기 때문이다. 


ㅣ선생님은 자기만의 Rule이 강하게 있고 그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땐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 표현들에서 상처받는 선생님들도 꽤 있었고 같은 팀이라기 보단 보스 같은 입장에서 TA를 대하다 보니 TA들 사이에서 선호하는 teacher는 아닌 듯했다.  실제로 기존에 계시던 다른 TA 선생님은 상처받고 resource방에서 혼자 운 적도 있었다며 그분 뒷담화에 꽤나 진심이었었다. 

뒷담화는 하되 앞에서는 또 스스럼없는 영국의 한 문화라면 문화인 small talk. ^^;


나의 부족한 영어로 인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는 나에게도 직접적이고 rude 한 표현들을 하길래 처음엔 적잖게 당황했고 큰 실수를 한 것 같아 자책도 했었는데 지나다 보니 그녀의 표현은  '나'라는 사람이라서 나오는 표현이라기보단  그녀가  그냥 그런 스타일이라서 나오는 표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표현이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크게 기분 나쁠 것도 없었다. 


오히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가 정확하고 해야 할 업무에 대한 clear instruction을 미리미리 알려주는 편이어서 J 성향인 나에게는 되려 맞는 부분도 있었고, 냉정한 듯 하지만 정해진 업무를 잘 처리했을 때면 고마움도 확실히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이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사람은 그냥 그런 성격의 사람일 뿐이야...'

라고 생각 하면, 오해의 소지도 줄고 기분 나쁠 상황도 '그려려니...' 될 때가 더 많아진다. 적어도 나는 그런 식으로 mind control을 하는 편이다.  그저 '내 할 일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나에게 집중하기만 하면 되었다


Surprise?!!!


10시~12시 반. K 군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지난 오후 시간은  YEAR R(유치원)에서 선생님을 도와 보조교사 일을 했다.  K군이 떠나고 나의 필요도 없어질 거라 생각하고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후로도 몇 주동안을 더 불러주었다. 


보조교사 업무로는 일반적으로 Year R 모든 아이들과 1-2-1 READING을 하고, *phonics(영어 알파벳의 고유 소리와 소리들 사이의 규칙을 배우는 학습법)에 뒤처지는 아이들을 daily로 반복하며 알려주는 일을 하거나, number를 알려주거나 *Funky Finger (손가락 힘(악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한 손가락 힘을 기르는 놀이)등을 한다. 


학습적인 부분을 가르치는 일에 큰 보람을 느껴졌다. 아이들과 1-2-1시간을 보내며 한 명 한 명을 알아가는 시간이 즐거웠고 적성에 맞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당 학교에서 Head teacher (교장)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Year  R 선생님에게 추천을 받아서 나를 지켜봤는데 마음에 든다며 job offer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 일한 지 두 달쯤 되었을 때였다. 


Head teacher에게 이런 offer를 받았을 때, 두 가지 이유로 놀라움이 있었다. 


첫 번째는 같이 일하던 Year R 선생님이 나를 추천했다길래, Soft 하고 착한 C선생님이 날 추천해 줬나?? 했는데 웬걸? C 선생님 이 아닌 L 선생님이 나를 추천해 주었다는 것이다. 


가끔 나의 짧은 영어덕에 mis-communication도 있었고, 영어가 편치 않아 일적인 부분 외에는 사사로이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역시나 공과 사의 구분이 뚜렷한 그녀는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봐줬나 보다.


뭔가 냉철하고 자기만의 규칙이 뚜렷해서 TA들이 어려워한다는 그녀가 나를??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한테 인정받은 기분이랄까 묘한 감동이 있었다. 


추후에 이 학교를 떠날 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던 그녀가 나를 보내주며 해줬던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You are the best TA I have ever worked with..."

(그동안 같이 일했던 TA들 중 네가 최고였어..)


 누군가에게는 그냥 인사치레일 수 있지만, 이 선생님이 이 말을 해 주었을 때는 그 의미가 깊었고 그 순간의 눈빛과 분위기에서 그녀의 진심이 느낄 수 있었다. Best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같이 일하기 좋은 동료로서 고마워해주는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졌었다. 


두 번째 놀라웠던 점은 내가 Agency  소속이었음에도 학교 측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유는 학교 측에서 에이전시에 소속된 고용인을 스카우트를 할 때는 에이전시에 위약금 같은 페널티를 물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에이젼시 소속이 아닌 open TO를 인터뷰를 하고 사람을 뽑는 것을 선호한다.  

영국의 국공립학교들은 재정이 그렇게 여유 있는 편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굳이 TO가 급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까지 무리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

마침 그 학교에 TO 가 생겼고, 마침 일하고 있던 에이전시 직원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괜찮다고 추천을 받았고, 다행히 헤드티쳐선생님 마음에도 들었던 것이다. 이 삼박자가 맞아 내게 기회가 생긴 것이다. 


갈림길.


한국에서의 개념으로 생각하다면, 당연히 계약직이고 하루하루 job이 보장되지 않는 agency 소속 보단 정규직으로 한 학교에 소속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국 생활을 하면서 'career'는 더 이상 내 삶의 목표가  아니었다. 현재의 나에게  '일을 함'이란  조금은 여유 있는 일상을 도와줄 금전적 보상을 기본으로 나의 자존감, 성취감을 위한 좋은 수단 일 뿐이었다.


엄마 찬스, 학원버스 찬스 없는 영국에서 육아를 보장해 주는 워라밸이 제일 높은 우선순위였기에 flexibility 포기와 육아를 위한 나의 체력안배는 머뭇 거릴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학교 측의 적극적인 어필과 여러 배려에 마음이 기울었고 또 궁금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 또한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 라는.


사실상 학교 측의 배려 덕도 있지만 사람인지라 정든 아이들과 매번 헤어짐을 갖는 게 항상 아쉬웠고 몇몇 아이들은 꽤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아쉬움을 줄일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에이전시와 Bye 하고 학교 소속의 정식 보조교사가 되었다. 


돌이켜 본 나의 영국에서의 삶은, 한 step의 변화가 그 다음 step에 큰 영향을 주었고.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 나를 어디론가 이끈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에 더 신중했고 이 결정이 나를 또 어느 길로 이끌 것인지.. 영국에서의 또 한 번의 새로운 경험이 궁금해졌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나의 여러 갈래의 길들 과 그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내 정수리가 보이겠지? 


앞으로 가게 될 그 수많은 갈림길 끝에 내가 도착할 그곳이 어디일지,,,


그곳에 도착해서 뒤돌아 보았을 때 내가 선택한 그 모든 길에 반드시 배움과 의미가 있었길 바라본다.


사진 참조 @이투데이

*Phonics : 영어 알파벳의 고유 소리와 소리들 사이의 규칙을 배우는 학습법

Phonics 에는 총 5단계의 phase 가 있고 유치원까지의 단계에서는 Phase 3까지 완료되길 기대한다. 

Phase 1 -  알파벳 고유의 기본 소리 (ex : a /아/, b /브/, c/크/ .....z/즈/) 

phase 2 -  알파벳 고유의 소리+추가 소리(ex :  ll /르/, pp/프/,jj/즈/ ...etc ) 

             - 단어에 들어간 소리들의 blending 하고 같이 소리 내기  (ex : jug -/즈/어/그/ -> /저그/)

phase 3 -  두 개 혹은 세 개의 사운드가 합쳐져 하나의 소리를 내는 소리들과 그 단어의 blending 

               (ex :  ai /에이/ , ear/이어/, ar/아/ , 00 /우 or 우~/, ee/이/....etc )

phase 4 -  phase 1~3까지의 규칙을 통한 단어들의 연습

phase 5  - 앞의 phase에서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좀 더 복잡한 규칙들의 조합. 

- phoncs에 대해서는 이 번 연재 후 따로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Funky Finger: 아이들의 손가락 끝 말초신경을 자극하기도 하고 손가락 힘을 길러 Hand writing에 도움이 되는 학습법이다. 주로 집게를 잡고 물건을 집게하는 놀이, 끝을 구멍들을 통과하게 하는 놀이, 플레이도우를 세게 잡았다 폈다 하거나 밀도가 높아서 핸들링이 더 어려운 플레이도우를 이용해 그 안에 숨겨진 물건들을 꺼내게 하는 놀이 등의 놀이를 통해 손가락을 이용하게 하는 학습들이다. 펜을 잡고 라인을 쫓아가게 하는 연습을 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게 하는 연습을 하기도 하거나  잼잼잼을 힘 있게 하게 해서 손가락 근육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놀이 등을 할 수 있다.



                     

이전 17화 Way Maker 14-2. 가톨릭 스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