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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윤기환 Feb 26. 2024


어릴 적 고향을 떠나, 풀 한 포기 심기 힘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위에 서있는 서울이라는 각박한 도시에서 살았다. 그래서 농촌 출신이기는 하나 농작물에 대하여는 별다른 지식이 없는 내가 퇴직 이후 손해평가 시험 준비를 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자격증 취득 이후, 두 해 동안 농작물 손해평가를 위해 전국에 있는 과수원과 논·밭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살아온 삶과 전혀 다른 삶의 현장을 만났다. 풍요롭고 낭만적으로만 보이던 그곳에서 농부들이 뿌린 굵은 눈물과 땀방울을 보았고, 억척스레 고향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그들만의 진한 삶의 애환을 보았다. 참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


손해평가사 제도가 도입된 지도 어언 10여 년이 지났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제도가 정립되어가고 있어 농민들의 권익 보호와 손해보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아주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날로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으로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고향을 지키던 사람들이 더 이상 그 땅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그중 손해평가 제도 정착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도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올해도 우리 손해평가사 동료들은 농작물 피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다니며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할 것이다. 나 또한 그 일원이 되어  '또 다른 항해'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따스하고 훈훈한 가슴을 가진 분들과 함께하는 나의 항해가 거듭될수록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가슴 더욱 따뜻해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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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늙은 올빼미의 고백"에 이어  '어느 손해평가사의 하루'를 격려의 마음으로 함께해 주신 작가님과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다른 글로 곧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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