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같은 회사를 다닌다면?
선배와 카페에서 단 둘이 있던 날이었어. 단둘이 있는 날은 얼마 안 돼서 어색했나 봐. 그 어색한 여백을 채우기 위해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어.
- 선배. 제가 학교 다닐 때 저랑 조별 과제 같이 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랑은 답도 없는 토론을 하던 사이었어요. 저는 그 친구는 좀 부러워요. 학교 때도 잘하는 친구였고, 자신이 있어서 그런가. 친구는 알바 잠깐 하더니 유럽 가서 살다 왔거든요. 게다가 무슨 인문학 모임? 도 꾸준히 다녀요. 약간 괴짜 같기도 하면서 자유로운 그 모습이 부럽더라고요.
한참을 혼자 떠들고 있는데 선배가 묻더라.
- 그 친구 지금 뭐 하는데?
- 얼마 전까지 일하다가 퇴사했다고 하더라고요.
- 그래? 그러면 그 친구 사무실에 면접 보러 한번 오라 해.
어떤 말이 선배의 구미를 당겼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본의 아니게 친구의 취업알선을 한 셈이었어.
- 친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
그날 통화를 한참 했는데, 우리는 걱정이 많았어. 합격을 한 것도 아닌데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껄끄러운 일도 생길 것 같고, 친구로만 지내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며 해결되지 않는 고민의 고민의 고민을 말했어. 그러다 친구가 말하더라고.
- 근데 나 포트폴리오 만들어야 되는데?
친구가 포트폴리오 만들 시간만 벌어달라고 했어.
- 친구가 포트폴리오가 없어서 일주일만 시간을 달래요.
- 그냥 와 없어도 돼. 아니면 싫은 거야? 싫은 거면 오지 말고.
- 싫긴요. 너무 좋은데 걱정이 앞서서 그렇죠!
친구에게 그 길로 연락을 했더니 바로 다음 날 오더라고. 선배 둘과 내 친구. 그리고 나까지 같이 면접 같지 않은 면접을 봤어. 되게 기본적인 이야기만 했던 것 같아. 나와 언제부터 친구였는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어디서 사는지. 이런 것들 말이야. 시시하게 면접자리가 끝이 났었는데 그러고 한 달 뒤인가. 친구는 S 컴퍼니에 갔어. 그래. 내가 다니는 회사 말이야!
친구와 나는 ‘비즈니스에선 비즈니스로!’라는 협약을 맺었지. 회사 내에선 무조건 직책과 존댓말을 하고 사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어. 밥을 먹을 때도 따로 앉았어. 심지어 업무와 관련된 카톡에서도 존댓말 했다니까. 그렇게까지 한건 우리가 어리고, 친구와 놀러 왔다는 느낌이 들까봐 그랬지. 프로젝트도 같이 안 해서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둘이 대화를 한 적도 없었어. 정확히 말하면 없어 보이게 했지. 친구와 마주칠 때마다 입가에 웃음기가 자꾸 맴돌더라고. 서로 웃음 참기 하느라 바빴어.
그래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회의실 커튼 뒤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했는데, 선배가 어느 날 이야기 하더라고.
- 둘이 사내연애야 뭐야~
사내 연애 특징 알지? 본인들 빼고 다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