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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이 Sep 02. 2024

From. 김박이

어설프고 치열했던 20대 직장인인 너에게

이제야 밝혀. 나는 S 컴퍼니를 나왔어. 심지어 꽤 됐어! 좋은 일만 있었던 것 같지만 힘에 부치는 날들이 더 많았거든. 앞서 말한 것처럼 주 6일로 시작했고, 일은 항상 많았고, 기한은 항상 모자랐어. 최선을 다하면 최상의 결과만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고. 그걸 알아버려서 그랬나? 정신 차려보니 벼랑 끝에 서있더라. 모른 척해봤고, 아닌 척해봤지만 그렇다고 해서 벼랑이 들판으로 되진 않더라고. 살아보려고 길길이 날뛸수록 날 받치고 있던 흙이 조금씩 떨어지더라. 그래서 벼랑 끝으로 떨어졌어.


떨어지고 나니 시커먼 잿더미만 가득하더라. 더 이상 아무것도 달굴 수 없을 만큼 다 타버린 잿더미.

활활 탈 수록 더 많은 재를 남기기 마련이잖아? 뜨거운 애정이었어. 여기가 벼랑인지 들판인지도 모를 만큼. 그때의 기억들, 시간들, 너무 곱고 소중해서 애지중지하며 지켜내려 애썼거든. 근데, 그게 독이 됐나 봐. 

끝도 없는 잿더미였어. 나가보려고 움직일수록  잿먼지 폴폴 날리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 목구멍만 매캐하고.


어땠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머릿속을 가득 메운 그 한마디에 스스로 자처해 잿더미를 주어 먹었어. 쓰디쓴 잿가루를 한참 퍼먹다 보니 이제 됐다 싶더라고. 토해낼 때가 온 거지.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 이 시간을 견뎠는지 자위하는 글을 썼어. 잘 견뎠다며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 그런데 글 쓴 걸 볼수록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더라고. 징징대는 대도 한계가 있고,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글은 참 별로더라고.


써둔 글을 보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써둔 글을 싹 지우고 첫 만남부터 시작했던 거야.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으니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그랬더니 글이 술술 써지데. 그래서 지금의 <Dear. S 컴퍼니>가 나왔어. 정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과하고, 사랑이라 보기엔 조금 모자랐던 회사 식구들에 대한 이야기말이야.


<Dear. S 컴퍼니>를 공개하면서도 의문이 있었어. 혼자 일기장에 쓰고 말아도 되는 걸 왜 공개할까?


그러게. 나는 왜 공개했을까. 글들을 쭉 읽으면서 생각했어. 이 감정이 뭘까? 애증? 미련? 사랑? 남들은 딱 심플하게 '돈 버는 곳'으로 다닌다는데 도대체 나는 왜 그렇게 몰두했을까? 모르겠어.

'돌아가면 이젠 그렇게까진 안 할 거지?'라는 물음을 듣고 알았어. 아니. 나는 똑같이 할 거야.

잘한 것, 못한 것, 실수했던 것, 오만했던 것, 사랑했던 것까지 모두 다 똑같이 행동했을 거야. 그 끝이 벼랑으로 떨어지는 것이더라도,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도.


<S 컴퍼니>에 있던 나는 그 시간을 즐겼고, 그 시간 속에 있던 사람들을 존경했고, 그 시간 속에 있는 나를 정말 사랑했어. 만용인지 용기인지도 모를 것에 날뛰고, 그 날뜀에 넘어져 다쳐도, 다치는 걸 넘어선 순간이 오더라도. 그 시간을 후회할지언정,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할 거란 치기 어린 나의 20대. 유치하고 치열했던 나의 지난 꿈, 소망, 희망. 이런 말들의 종합. 잘 누렸다. 이 마음이었구나.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구나. 그제야 알겠더라고. 이제 다 토해냈다. 더 이상 주워 먹지 않겠구나.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내겐 너무 일상이어서 당시엔 소중하지 않았어. 기억도 못하는 너무나 평범한 날들이었지. 어쩌면 루한 일상에 미간 주름 팍 지으며 툴툴거렸을지도 몰라. 그런데 지나고 보니 짜증 났던 상황들은 참 별게 아니고, 너무 사소했던 일들이 소중해지더라고. 아직도 S 컴퍼니 식구들 만나면 ‘그때 기억나?’하면서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며 낄낄대.


 이 글을 읽는 너도 회사 생활 속에서 작은 추억이 가득하길 바래. 사랑까진 오버여도 집보다 오래 있는데 힘든 기억만 가득하면 너무 별로잖아! 


우리 한 계절을 같이 했어. 여름에 걸맞은 뜨거운 러브레터였는데, 느껴졌어? 편지 10통 받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전하고픈 말이 있어. 네 선택은 최선이었어. 결말을 알면 이전 선택이 후회되기도 해. 그런데 우리는 결말을 모른 체 선택하잖아. 결말을 모른 체 선택한 것치곤 잘한 것 같은데? 잿더미 주워 먹는 거 추천은 안 하는데, 하고 싶으면 해! 어쩌겠어. 하고 싶다는데. 내가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지내겠다는 것처럼 말이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빌려 전합니다. 제목을 정하는데 참 오래 걸렸어요. Dear. 그 말이면 다 설명되더라고요. 사랑했었습니다. S 컴퍼니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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