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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Jun 20. 2024

사람은 '저주'에도 중독되곤 한다.

14 영화 <허트 로커> 감상문


용맹한 전사들의 영웅적인 서사, 끈끈하고 감동적인 동료애나 가족애,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애국심 등등 흔히들 얘기하는 '전쟁 영화'에는 다소 공통적인 감성들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최첨단 미사일이나, 스텔스 폭격기가 날아다니는 현대전 보다는

여전히 인간 대 인간, 백병전으로 전세를 결정하던 과거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얘기할 영화 <허트 로커>는 영웅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으며,

현대전(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최첨단 장비가 난립하는 스펙터클한 스케일의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는 항상 사선을 넘나드는 한 명의 군인을 한 명의 아버지를 그리고 한 명의 인간이 겪는

심리적 압박과 PTSD로 인해 얼마만큼 심적으로 피폐해지는지 철저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



주인공(제임스)은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폭발물 처리반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임무는 죽음과 가장 가까운 임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위험 천만한 

임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그런 위험 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유독 그는 더욱 위험하게

임무를 완수한다. 예를 들면 시간이 촉박하여 철수명령이 이미 떨어진 곳에 홀로 들어가

폭발물 해체작업을 한다거나, 방호복을 벗어던지고 해체 작업을 진행하는 등 

일반인이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인다.


하지만 결코 그는 애국심이나 영웅심 혹은 혈기로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아슬아슬한 사선을 넘나드는듯한 상황에서 

쾌감, 희열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던 것이다. 전쟁통 속에서 그의 정신은 

이미 병들고 고장난지 오래인 것이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고장 난 정신.

다행일까? 불행일까? 그는 시간이 흘러 복무기간을 끝마쳤고 전역하여 고국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의 망가진 마음으로 평화로운 삶을, 일상을 온전히 받아 드리지 못하고,

전혀 적응하지 못한다. 그렇게 무료한 삶을 하루하루 보내던 그는 

결국 다시 자원 입대 하여 전장으로 돌아가며 이 영화는 끝이 난다.


"The rush of battle is a potent and often lethal addiction, for war is a drug"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 과도 같아서, 자주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


그는 더 이상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그는 더 이상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밖에

살아갈 수 없는 저주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그 저주에 적응했고, 또 그렇게 중독되고 말았다.

생지옥 같은 곳을 나왔지만, 결국 제 발로 다시 되돌아갈 정도로...


과연 그에게 진정한 의미에 평안이 허락되는 날이 올까?



이 영화는 동종의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여러 부분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두 영화 모두 이라크전을 무대로 하고 있는 현대전 영화이며, 두 주인공의 맡은 보직 역시

일반 병사와는 사뭇 다른 전문적인 보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비슷한 점이기도 하다.

특히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전역 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심하게 겪는다는

점에서 닮아 있지만, PTSD를 대처하는 방법은 두 주인공이 완전히 다르며,

그에 따른 결말 역시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두 영화의 주인공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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