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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사대제 Mar 07. 2024

꾸리 앗 딘(Coree ad-Din) 18

제 7 장  구사일생 01

표지 사진 출처: 바그다드 거리에서 검문검색을 벌이는 미군 병사들 @ <조선일보> 조○○ 기자





제 7 장  구사일생 01



바그다드에 온 지 한 주가 지나고 아르빌로 복귀하기 나흘 전 오후 2시경 현우는 염 중위를 옆에 태우고 두돈반 트럭을 몰고 바그다드 국제공항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군 수송기 편에 실려 온 외교행낭을 수령해 오기 위함이었다. 현우는 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운전하기도 편한 대사관 차량을 이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염 중위는 군인은 민간 차량을 이용할 수 없다며 현우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염 중위 특유의 해병대 군기가 발동한 것이다. 


그러니 어쩌랴, 현우는 별도리 없이 이 무시무시한 더위에 에어컨도 없는 군용 트럭을 몰고 바그다드 국제공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현우는 사실 대형차 면허도, 트럭을 몰아본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그런 것을 따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현우와 염 중위는 까디시야 고속도로를 쭉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뻔한 길이었기에 통역 하이다도 없이 단 둘이 길을 나섰다. 서쪽 출입구를 통해 그린존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별일이 없었는데,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업무를 마치고 오후 늦게 그린존으로 복귀해 보니 서쪽 출입구 검문소 앞에 돌연 대규모 군중이 운집해 격렬한 반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하고 발을 구르며 연신 “Yankee go home!"을 외치면서 미군들을 향해 격한 분노와 적대감을 쏟아 내고 있었다. 현우는 성난 군중의 등등한 기세에 눌려 감히 시위대를 뚫고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그다드 시민들의 반미 데모 현장 / 출처: @ <조선일보> 조○○ 기자


현우가 머뭇거리자 염 중위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암살자의 문 쪽으로 우회하라고 명령했다. 현우는 차를 돌려 알 자우라 파크 외곽을 돌아 암살자의 문으로 향했다. 야파 거리를 타고 암살자의 문 근처로 다가가니 그쪽도 사정은 비슷해서 그린존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몰려들어 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었다. 


앞선 차들을 따라 서행해 아랍아동병원(Arab Child Hospital) 앞에 다다르니 그곳에서도 역시 길 건너편에서 결렬한 반미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시위대는 야파 거리를 사이에 두고 미군과 마주 보고 대치 중이었다. 시위대 맞은편의 미군도 야파 거리에서 암살자의 문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를 M-2 브래들리 장갑차 2대를 맞대어 막아 놓고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알 주마리야 다리 앞 검문소에 서있는 미군의 M-2 Bradley 장갑차 / 출처: @ <조선일보> 조○○ 기자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했던가, 암살자의 문으로 다가가는 동안 길 건너편의 시위대 때문에 마음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현우는 무슨 일이야 있겠나 싶어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랍아동병원 앞을 지나 막 암살자의 문을 향해 우회전하려는데, 미군정이 관용차로 사용하는 검은색 GMC Suburban SUV 6대가 연달아 진입로를 빠져나와 반대 차로 쪽으로 좌회전하려고 했다. 미군정 차량 행렬이 먼저 지나가도록 우회전 대기선에 정차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시위대 쪽에서 총성과 함께 유탄이 미군정 차량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곧바로 요란한 폭발음이 연속해서 들리더니 이제 막 야파 거리에 들어선 선두 차량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멈춰 섰다. 선두 차량이 기습공격을 받고 급정차하자 뒤따르던 다른 차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연쇄추돌을 일으키며 연달아 멈춰 섰다. 


그러자 시위대 사이에서 무장괴한 서너 명이 차도로 뛰쳐나와 멈춰 선 미군정 차량 행렬 밑으로 폭발물을 밀어 넣었다. 또다시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폭발음이 들리더니 이번에는 두 번째 차량마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시위대로 위장하고 있던 무장괴한들이 대거 도로 위로 쏟아져 나와 멈춰 선 미군정 차량들을 방패 삼아 맞은편 미군 경계초소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현우는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해할 따름이었다. 

 




<제 7 장  구사일생 0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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