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리카 Jan 07. 2025

유럽 렌터카 여행 29 - 이것이 바로 찐 독일의 맛!

11일 차 11월 8일 ③

  성에서 내려와서 허기 진 우리는 내가 미리 검색해 놨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호엔슈방가우 마을은 전 세계에서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단체로 버스를 타고 와서 관람하고 다시 빠져나가기에 동네 안에서는 관광객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주로 뮌헨에서 당일치기로 와서 보고 가기 때문에 마을에서 숙박을 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임 슈라이너비어트 https://maps.app.goo.gl/WfcQD8aKAV9kth6i7



  우리가 흔히 독일음식 하면 생각하는 학센(돼지족발), 맥주, 소시지, 감자샐러드, 슈니첼은 모두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의 특색요리이기도 하다. 우리가 찾아간 레스토랑 'Beim Schreinerwirt'은 전형적인 독일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으로 서버는 바이에른 지방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전주의 비빔밥집에 찾아간 것이다.

  학센은 뮌헨에 가서 먹기로 하고 학센을 제외한 메뉴들을 골랐다. 왼쪽부터 후추크림소스를 곁들인 구운 돼지고기와 구운 감자, 감자튀김을 곁들인 슈니첼, 계란 슈패츨을 곁들인 소고기굴라쉬 되겠다. 맥주는 처음 들어본 Zötler Bier였는데 독일의 최남단 오버 알고이(Oberallgäu) 지방의 맥주라고 한다. 오늘부터 4박 5일을 더 독일에서 보내면서 남편은 많은 종류의 맥주를 마셨는데 이제 곧 소개할 안덱스 수도원의 맥주와 이 최틀러 비어(Zötler Bier)가 최고였다고 평했다.


  원래 독일음식은 우리 입맛에 많이 짠 편인데 여기는 짜지도 않고 정말 맛있었다. 고기는 연하면서 육즙이 풍부하고 감자는 두말해서 뭐 하리, 독일에서 감자와 소시지는 어디 가서 먹어도 맛있다. 계란 슈패츨은 쫀득쫀득한 식감이 잘 살아있고 소고기도 얼마나 끓였는지 부드러우면서도 방목한 소여서 육질이 살아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바로 숙소로 가기에는 시간이 좀 남는 듯하여 안덱스 수도원에 들리기로 했다. 안덱스 수도원은 이미 맥주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소이다. 어쩌다 수도원에서 이렇게 맥주 양조법이 발달할 수 있었을까. 그건 사순절 때문이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앞두고 약 40일간 몸과 마음을 정결하고 경건하게 지내는 기독교의 절기를 말한다. 중세 독일의 수도사들은 이 사순절 기간 동안 먹을 수는 없으나 마실 수는 있었으므로 단식 기간 동안 버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칼로리가 높으면서 향과 맛이 진하고 맥아의 달콤한 풍미를 품은 맥주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로부터 수도원의 양조장에서 뛰어난 맥주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고 양조장으로 유명한 3대 수도원은 스위스의 장크트 갈렌 수도원(Kloster Sankt Gallen)과 독일의 안덱스 수도원(Kloster Andechs), 벨텐부르크 수도원(Kloster Weltenburg)이다.



https://maps.app.goo.gl/dv3W3qJtX7zJq42u9



  그래도 수도원에 왔는데 바로 맥주부터 마시러 가기는 좀 그래서 언덕길을 따라 쭉 올라 예배당을 먼저 들어가 봤다. 여기도 루체른의 예수회 교회와 비슷하게 겉은 소박하고 얌전(?)하였으나 안은 바로크 양식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하얀 벽면의 장식들과 황금색 성화, 화려한 중앙 제단과 천장의 프레스코화까지 바로크 양식의 '투 머치'를 보여주는 예배당이었다. 예배당을 나와 수도원 정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시 소박한 사람들 사는 풍경이 눈에 들어와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 이제 맥주를 마시러 (나는 구경하러) 가보자!


남편이 선택한 도펠복(Doppelbock) 맥주

  와우, 정말 넓고 시끄러웠다! 주차장부터 수도원까지 한적해서 평일 낮이라 사람이 별로 없나 보다 했는데 모두들 여기 모여있었구나. 넓은 비어홀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고 500ml가 아닌 1L 잔을 들고 마시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앉아있기는 힘들 것 같아 붙어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보니 이미 비어홀이 가득 차서 여기 카페에서도 삼삼오오 모여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이들이 있었다. 재밌는 것은 카페와 비어홀을 연결하는 모든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이었다! ㅎㅎ 우리나라에서는 흔할 수도 있지만 오래된 건물이 많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유럽에서는 자동문을 많이 볼 수 없는데 여기는 아마도 양손 가득 맥주잔을 들고 문을 열 수 없으니 문을 자동문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리라.


  슈방가우에서의 점심부터 안덱스 수도원의 맥주까지 찐 독일의 맛을 보고 이제는 숙소로 갈 시간이다. 그렇게 우리는 뮌헨의 시내에 위치한 에어비앤비를 향해 가는데... 이 숙소는 이번 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지옥 같았던 시간을 나에게 선물해 주게 된다. To be continued...


유럽 렌터카 여행기 2에서 계속됩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