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에
시내에 나갔다
맛있는 점심을 사 먹어야지
추수감사절에
시내에 나갔다
멋모르고 시내에 나갔다
이미 며칠 전부터 기숙사는 고요하고 비어졌다
고향에 갈 수 없던 이방인은
쓸쓸한 마음으로 전차에 올랐다
10월 9일 월요일
캐나다의 추수감사절
멋모르는 유학생 혼자 다운타운 거리를 걸었다
한참을 걸어도 마주치는 행인 하나 없었다
모든 상점과 모든 식당이 닫혀 있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거기 있었다
시월이었지만 그곳은 캐나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추웠다
춥고 배고픈 한국인 유학생은
어디라도 들어가고 싶었고
뭐라도 좋으니 먹고 싶었다
한참을 걸으니 문이 열린 식당이 있었다
맥도날드였다
티비로 각자 풋볼 경기를 보는 홈리스들 사이에서
빅맥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당신에게
캐나다 추수감사절 맥도날드 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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