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생을 사랑한 고장
오늘 점심 시간에 안국동에서 만두와 칼국수를 먹었다.
회사에서 출발해 동기 형과 선배 둘과 국장님이 이끄시는 대로 걸었다.
국장님은 회사 부근 맛집을 많이 아시고, 나는 덕을 본다.
경복궁 사거리를 지나 열린송현녹지광장 옆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칼국수집에 당도했다.
덕성여중과 덕성여고가 마주보는 골목에 있는 가게였다.
만두와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그 골목길을 따라, 경복궁 사거리를 지나 회사로 돌아왔다.
하늘은 찬란하게 청청했고, 공기는 산뜻하게 메말랐다.
점심을 먹으러 종로를 누비니 기분이 자못 들떴다.
지금껏 적어도 수백 번을 더 왔을 종로는 올 때마다 나를 설레게 하고 떨리게 한다.
육칠십 년 뒤에도 나는 종로에 오면 무언가를 마음 깊이 느낄 것 같다.
그 정서는 지금의 정서와는 다른 것일텐데, 짐작건대 그것은 그리움이나 쓸씀함일 것이다.
일생토록 나는 이 아름다운 고장에서 도망하지 못할 운명을 지닌 것만 같다.
나는 왜 종로를 이토록 사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