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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Mar 18. 2024

카페에 죽치고 앉아 사람 구경하기

나는야 동네 카페 소비자 분석 담당

요즘 자주 듣는 노래 중에 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라는 곡이 있어. 밴드 사운드에 b급 오타쿠 감성 가서…? 못 참거든. 가사가 마치 내 얘기 같으니까 더 정감이 가.

‘온종일 한 손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요즘 나를 표현하는 딱 한 장면이거든. 매일 집 근처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니까.


카페에서 공부하면 좋은 점은 지루하지가 않아.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보니까 재밌달까. 물론 그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도 너무 무겁지 않고, 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집중할 수 있는 게 enfp인 나에게 최적이었지. 이 카페를 다니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어. 사람들을 보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칭 할리스 소비자 분석 담당관이 된 느낌.


이 카페의 특징은 공부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야. 스터디 카페라 할 수 있을 만큼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아. 아침 10시부터 와서 주식시장을 보다 폐장하면 나가는 아저씨, 보건법을 공부하는 학생, 나와 중학교 동창인 것 같지만 서로 친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치는 머리 긴 예술인 포스의 남자.

나는 그들을 알지만 그들은 나를 아마 모르겠지. 그런 내적친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몇 있어. 그중엔 어떤 커플이 있는데, 이들은 거의 카페에 갈 때마다 봐. 여자분이 진득하게 공부를 하고 있으면, 남자친구분이 오셔서 잠깐 공부를 하다 먼저 가버리는 루틴이랄까. 얼굴을 너무 자주 봐서 나중에 사회 나가서 아는 사람인 줄 알고 인사할까 봐 조금 무서울 정도….


이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 사람 공부도 돼. 항상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라고 할 순 없지..그렇지만 그냥 내 안에서 최대한 알아 보려고 해. (사람을 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말을 해보는 것입니다!)

그들의 특징을 빠르게 잡아내는 연습을 하는 거지. 난 안광을 제일 먼저 보는 것 같아. 이것만 봐도 내향, 외향인 사람인지부터 지금 화났는지, 사람에게 적대적인 사람인지 등등 을 대강 어림 잡을 수 있지. 사람들은 타고난 자신의 안광을 숨기는 게 거의 불가능하거든.

눈만 봐도 너무 착해서 개미도 못 밟을 것 같은 사람부터 헐크처럼 항상 화가 나있는 사람들까지. 여러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캐릭터북 도감에 한 명씩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 같아 재밌어.


하지만 가끔 안광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카페에 온다? 만화로 예를 들면 ‘실눈캐’ 인거지. 안광만 봐서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없어. 착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착한 사람인 줄 착각하는 눈빛이랄까. 이런 사람들이 오면 조금 더 에어팟에 노이즈캔슬링을 풀고 그 사람들을 슬쩍슬쩍 관찰해.


관찰을 1년 간 해본 결과,  확실하지 않지만 세 부류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첫 번째는 무언가를 판매해야 하는 사람. 두 번째는 사이비, 이단인 사람. 세 번째 가스라이팅을 하려는 사람.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정장을 빼입고 카페에 와. 그들의 안광이 이질적인 건 자연스러운 내가 아니라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일’을 하는 상태니까 그런 것 같아. 편안한 나의 자아와 직업적 자아의 나는 다르니까. 보통 부모, 자식이을 건너편에 앉히고 종이서류 혹은 아이패드를 활용해서 무언가를 열심히 판매하려고 하더라고. 아직까지 내 옆자리에 앉은 적이 없어서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겠어. 좋게 생각하면 보험, 여행사 패키지…? 나쁘게 말하면… 사기 대출… 아님 그냥 사기…. 그런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고 믿어.


두 번째 부류는 사실 구분하기 제일 쉬워. 난 십 대 시절의 어떤 경험으로 인해서 이단, 사이비인 사람은 99% 알아챌 수 있어. 확신은 못해도 이 사람은 뭔가 있다.. 까진 알 수 있어. 눈빛만 봐도 사이비인 거 같거든. 예를 들자면, 수리남에 나오는 전요환 같은 느낌이지. 너무 착해. 눈 뒤에 무언가 거대한 것이 있는 느낌…? 우리 집 주변에 유명한 단체가 있는데, 그들이 이 카페를 한 때 점령했던 모양이야. 모여서 회의하고, 사람들한테 번호를 따려 하고 접근하려 하더라. 실제 내 친구도 경험했고. 나야 절대 따라가지 않을 자신 있으니까 그냥 관망하고 있었지. 최근엔 카페 매니저님이 그 사람들을 다 쫓아내더라. 카페에 이미지에 타격이 가는 사건이 있었나 봐


세 번째 부류가 가장 판단하기 힘들어. 정말 무슨 사람인지 모르겠거든. 이 부류는 아직 더 세분화해야 할 것 같아. 위에 두 부류는 같이 있는 사람들의 포맷도 일정한데, 이 사람들은 다양해. 친구와 단둘이 온 남자, 여자. 여럿과 함께 온 사람. 싸운 연인 사이도 있고 그냥 친구 사이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닌 사람들까지 다양하더라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카페에 오래 머무르지도 않아. 한두 시간 얘기를 하다가 다른 곳으로 장소를 빠르게 옮기더라고. 가장 판단하기 힘들어. 사실 그들이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는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한쪽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일까…?라는 생각은 들게 하더라고.


가끔 이렇게 심도 있는 관찰을 하게 하는 사람 들고 오지만, 대부분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지. 이렇게 사람들을 관찰하는 건, 인터넷에서 PD가 되려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걸 자세하게 적는 글쓰기 연습을 해봐라 하고 해서 시작한 거였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진행한다면 나름 재밌는 일인 것 같아. 사람들을 관찰한다고 빤히 쳐다보면 그건…. 안되잖아. 사람들을 짧게 보고 많은 특징을 잡아 파악하는 것. 사람에 관한 인사이트를 넓히는 것이 사람 속에서 일하는 PD에겐 중요한 자질이겠지…라는 생각!



사회로 얼른 나가고 싶다.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그 속에서 나도 알아가고. 그다음에 이 글을 다시 보면 또 새로운 관점에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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