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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3월 15일

형제끼리는 우애 있게

by 푸른 잎사귀 Mar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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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982년 3월 15일 (월요일) 날씨 흐림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심부름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오늘은 비가 와서 엄마가 동생을 학교에 데려다준다고 하셨는데 동생이 혼자 간다고 하였다.

나는 참 좋은 동생을 데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 00 동생은 참 착하구나

잘 데리고 놀아요 -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나보다 두 살 어린 내 여동생 별명은 '똑순이'였다.

어릴 때부터 말을 너무 잘해서 '조조'라는 별명도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모든지 느렸다.

말도 느리고, 글 깨우치는 것도 느리고, 알약 삼키는 것도 그렇고... 매 순간 동생보다 나은 것이 없어 보였다.

동생은 나보다 키도 컸고, 노래도 잘 불렀고, 피부도 하얗고, 깡마른 몸에 목도 기다란 것이 멀리서 보면 하늘하늘 여성여성하다는 것이 느껴져서 누가 봐도 호감형이었다.


그에 반해 나는 피부도 검고, 코도 못생겼고, 눈만 커다래서 '못난이' 또는 '왕눈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동생과 비교를 당하며 큰 것 같다.

어머니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이해력이 빠르고 꾀가 많은 동생은 눈치가 백 단이라 어머니 말씀을 잘 듣는 아이로 자랐다.

나도 말을 안 들은 것은 아니지만 반항심이 커져서 고집이 센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비교당하는 것이 너무 싫었는지 - 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

어머니께 "다 같은 자식인데 그러는 거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생은 자기가 둘째라 서럽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옷도 언니 것만 새 옷이고 자신은 물려받은 옷만 입고,

어머니께서 뭐든지 좋은 것만 있으면 '이건 언니 거'라고 하며 따로 남겨두어서 동생이 못 건드리게 했으며,

동생과 다툴 땐

'형만 한 아우 없다'라고 언니에게 잘하라며 내 편을 많이 들어줬다는 것이다.


각자의 입장차이가 이렇게 다르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자기 생각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께서 우리 세 자매가 어릴 말씀을 자주 하셨다.

"형제끼리는 우애 있게 지내야 한다.

엄마 아빠가 없을 때 너희들이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어른이 될수록

아니 늙어갈수록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지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어린아이였던 그 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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