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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브리드 Apr 10. 2024

물경력, 회사에서 배운게 없어요

퇴사를 준비하며 흔들리는 갈대 같은 마음

 이직을 하고 싶은데, 지금 현재 회사에서 배운 게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생각이 멋있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아주 객관적으로 T스럽게 답하자면 지금까지 배운 게 많이 없다면 앞으로도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 생활 자체가 스펙‘이고 경력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이 퇴사를 준비하며 흔들리는 갈대 같은 마음을 잡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쓴다.




1. 회사생활이 곧 스펙

대리보다 과장이 높은 직급이라는 것을 알기에

실수 없이 존중하며 대할 수 있고,

프린터 스캔과 복사를 어떻게 하는지 알고,

이면지와 파쇄할 서류를 분류할 줄 알고,

전화는 어떻게 받는지 어떻게 끊는지,

어떤 내용을 보고 해야 하고 생략할 수 있는지,

또라이를 참는 법과 상대하는 법이 뭔지 안다.


 이 사소한 모든 것이 경력이기에 당신의 귀한 회사 생활 스펙을 높게 샀으면 좋겠다.



2. 질문하기 편한 나이

 30대가 되어 이직을 했을 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질문이 껄끄러워지는 나이가 오겠구나..!

 회사에 계시던 나이 지긋하신 부장님께서 술을 사주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가끔은 나도 배워야 할 게 있는데, 바쁜 젊은이에게 물어보는 게 창피할 때가 있어. 이해해 줘.‘ 이 말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이제 비로소 몸소 느끼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자존심을 세우며 질문을 부끄러워하고 이것저것 가려가며 배울 때가 아니다. 아직 길게 남은 근로자의 생활에서 후에 ‘무능력한 상사’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배움 없는 회사에서 배울 수 없는 상사 밑에서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3.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어느 조직이든 일정량의 또라이는 존재한다.)이라고, 이직을 할 때 ‘내가 지금 겪는 또라이보다 더 또라이를 만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되곤 한다.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기 때문에 만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내가 이직을 하며 느낀 것은 지금의 현 또라이를 상대하며 우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참 많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나는 첫 회사만큼의 또라이는 만나지 못했다. 처음에는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만나지 않은 게 아니라, 내 또라이 기준이 관대해지고 애초에 엮이지 않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어린 나이에 가드 없이 두들겨 맞았던 그때와 달리 우리는 지금 본능적으로 가드를 올리고 타격의 크기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이직이 완벽할 수 없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이직하면 된다. 몇 백을 넣은 주식이 실패한 것도 아니고, 몇 천을 투자한 창업이 망한 것도 아니다. 우린 그저 내 노동력을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선택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직을 하면 분명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이직을 ‘실패 또는 성공’으로 가름하는 게 아닌 이직을 ’도전‘하지 않았다면 배울 수 없는 이직 경험을 쌓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직도 경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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