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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May 17. 2024

기타 칠 줄 아세요?

우리 모두의 악기, 기타

  나는 기타를 칠 줄 안다. 사람이 모인 곳에 기타를 칠 줄 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꺼내면 금새 관심이 쏠린다. 보통 사람들은 기타를 배운 지 얼마 정도 됐는지부터 묻는다. 그것부터 시작해서 잘 치려면 어디에 가야 하며, 얼마나 배워야 하는지 개인적으로 묻기도 한다. 예전에 나는 눈을 반짝이며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기타 애호가들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감사해서, 하나하나 답해주곤 했다. 그렇게 성실히 답변해주고 나서 마지막에 남는 것은 "와 기타도 칠 줄 아셨다니. 정말 대단해요!"같은 단순한 칭찬일 때는 별로 없다. "그래서 언제 재능 기부 해주실 거죠?"라는 식으로 역시 나에게 있어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부담스러운 요청일 때가 많았다.


  아닌게 아니라 기타는 누구나 한번쯤 잡아보고 싶은 악기이다. 상반신에 한아름 들어가서 감싸 안아야 하는 넉넉하고 풍성한 부피감에서부터, 엔틱함과 고상함이 느껴지는 목재 질감. 여섯 개의 줄을 한쪽 손으로 적당히 헐렁하게 쥐고, 다른 쪽 손으로 자유롭게 위 아래로 리듬을 만들어내는 '힙한' 모습. 스트로크라고 하는 이 주법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참고로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었는데, 장담컨대 바이올린을 배우는 초등학생들은 전부 바이올린을 가로로 눕혀서 기타처럼 '힙하게' 손으로 쳐보는 것을 시도한다. 그러면서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 흉내를 내기도 한다. 또한 깐따삐야 별에 가려는 또치처럼 바이올린을 바닥에 눕히기도...


  뿐만 아니라, 기타는 손으로만 줄을 튕겨도 되고, 피크라는 조그맣고 단순한 소재의 도구를 이용해도 되기에 이동할 때는 단촐하게 어깨에 기타케이스를 메고 다니기만 하면 된다. 기타가 만들어낼 수 있는 화음 즉 코드는 피아노 못지 않게 다양하며, 현악기의 특성상 조바꿈이 매우 용이하다. 게다가 오른손을 위아래로 강하게 스트로크할 수록 리듬악기의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10cm'처럼 노래를 부르며 박자감이 있고 신나는 곡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여기까지 어쿠스틱 기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에 대하여 설명한 것이고, 전기 신호를 이용하여 소리를 증폭시키는 일렉트릭 기타로 넘어간다면 더욱 방대하다. 밴딩, 비브라토, 트릴, 피킹 하모닉스 등 테크닉으로 넘어가도 그렇고, 디스토션이나 공간계같은 이펙터로 넘어간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본 연재를 통해서 다루고 싶은 내용은 이렇게 매력적인 악기 기타를 배운 과정에 대해서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기타를 사랑하고 기타를 배우고 싶기 때문에 무례함을 무릅쓰고 초면에 질문 세례와 부탁을 해온 사람들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고, 처음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여가며 배워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타라는 주제를 통해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회고록과 같은 성격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부디 모두가 사랑하는 기타라는 악기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낯선 악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손에 쥐어지는 악기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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