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단 Apr 10. 2024

네가 처음 귤을 주워주었을 때

나는 말을 하고 있는데

듣는 사람은 없다


텅 빈 무대에 혼자 1인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아기, 맘마 줄까?"

"우리 아기, 기분이 좋아요?"

"이거 엄마 하나 줄거에요?"

"엄마 여기 아야 했어."


이 혼잣말은 언제까지 계속 될지 의문스럽던 어느 날,


"어, 귤 떨어졌네. 엄마 귤 좀 주워줄 수 있어?"

무심코 하던대로 혼잣말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나를 한번 보더니,

떨어진 귤을 한번 바라본다.


나를 다시 한번 보더니


뒤뚱뒤뚱

흔들흔들 


떨어진 귤을 꼬옥 거머쥔다.

그러고는 힘껏 나에게 내민다.


귤 하나 받는 일이

이렇게 감격스러울 일인가..


무심코 했던 말들조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언젠가는 알아들이라 다짐하며

꼭꼭 머리속에 넣었나보다.


어쩜 이렇게 부족한 부모라는 사람에게 

무기력하게 태어나서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지


이렇게 귤 하나의 큰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지..

매 순간 순간 놀라운 세상을 안겨주는지..


나는 귤을 꼭 쥐고 내민 너의 그 손을

잊지 못 할 것 같다. 



이전 07화 다시 태어난다 하더라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