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걸어요!
작년에 한 친구로부터 액자 하나를 선물 받았다. 그 친구는 캘리그래피를 강의하는 사람이다. 친구가 써준 글씨를 보고 있으면 왠지 위로가 되고 힘이 났다. 글씨에 힘이 있어 그대로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자꾸 눈길이 간다.
내용은 ‘꽃길만 걸어요’ 였다.
퇴직을 한 나에게 앞날을 축복해 주는 글이었기에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떨며 글씨를 칭찬하니 기회가 되면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누군가 너는 왜 이렇게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냐고 한다. 어찌 보면 나는 참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요즘 말로 덕질을 잘하는 스타일이 이라고 해야 할까? 학창 시절에도 소피마르소라는 외국 배우를 좋아해서 브로마이드라고 불리는 사진을 모은다던가 가수 이승철의 노래 ‘희야’ 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에 빠져 잠 못 이룬 적도 있었으니까^^
하여튼 드디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캘리그래피를 배우게 되었다. 어쩜 이렇게 멋진 글씨가 다 있지?
글씨체도 멋있지만 글귀가 마음을 사로잡을 때가 많다.
글씨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기는 듯하다.
사람마다 얼굴과 표정이 다르듯 글씨에도 그 색깔이 있다.
나의 인생은 어떤 글씨로 표현이 될까?
앞으로 나의 글씨는 어떻게 만들어져 갈까?
처음 배운 날은 캘리의 구조에 대해 듣고 자음자를 지속적으로 연습했다. 옆에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수업을 들었는데 그들은 이미 긴 문장을 써 가고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멋진 글씨로 보는 이에게 힘을 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기역 기역 기역 기역니은 니은 니은 니은
아아아아아 어어어어 어
이것은 마치 영어단어를 암기하기 위해 노력했던 학창 시절을 떠 오르게 한다. 그때와 다른 것은 그때는 해야만 되어서 했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들이어서 부담이 없고 오히려 힐링이 된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될 때까지 자음과 모음을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옆 사람을 가끔 힐긋 보면서 자극도 받으면서 즐거운 도전에 기쁨이 솟는다. 무엇보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니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오늘은 자음, 모음이 아닌 다섯 글자를 써 보았다.
‘ 봄이 왔나 봄 ’
당연히 아직 기간이 짧아 멋지게 쓰진 못했지만 단문장이라도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아직 날은 춥지만 캘리를 써 보니 벌써 봄이 곁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집에 와서 책장에 글씨를 세워 두었다.
가족들이 모두 한 마디씩 한다.
“오! 많이 늘었네”
“진짜 봄이 오긴 왔네요”
서툰 내 작품에도 마냥 신기한지 저마다 재잘재잘 조잘조잘 또 하나의 행복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내 인생에 새로운 봄이 찾아와 주었다.
나의 봄은 이제 시작이다.
얼어붙은 대지가 녹듯 많은 사연 속에서도 많은 역경 속에서도 봄은 오고야 말았다.
봄이 왔나 봄
쓰고 또 쓰다 이처럼 사소한 행복에 스르르 잠이 든다.
☺경이의 이처럼 사소한 행복들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