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한 장면에서 기쁨(Joy)은 불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Anxiety…you need to let her go.”(불안아 이제 라일리를 놔줘)
불안이 상황을 지나치게 장악하게 되었을 때, 그 감정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의미였죠. 하지만 우리는 실제 삶에서 불안을 그렇게 쉽게 놓아줄 수 있을까요?
의학에서는 우리 몸의 반응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넘어간 것을 ‘vicious cycle(악순환)’에 빠졌다 라고 표현합니다. 불안은 더 많은 걱정을 만들어내고, 그 걱정은 또 다른 불안을 낳습니다. 마치 작은 불씨가 커다란 산불로 번져가는 것처럼, 적절히 통제되지 못한 불안은 점점 더 큰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냅니다.
우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울한 감정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무기력하게 하고, 그 무기력은 더 깊은 우울로 이어집니다. 결국 불안과 우울의 악순환은 우리의 삶을 잠식하며, 혼자만의 힘으로는 벗어나기 힘든 상태에 이르게 합니다.
우리는 때로, 의지와 상관없이 불안이 나를 점점 더 안으로 끌어당기는 것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걱정이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그 걱정은 나의 하루를 지배하고, 나아가 삶의 방향마저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불안은 우리가 해야 할 일과 즐길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결국 모든 것을 압도합니다.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는 흔히 스스로 그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좀 더 강해지면 괜찮아지겠지.” “조금만 참으면 나아질 거야.” 하지만 이미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 버린 감정은 우리의 힘만으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불안이 나를 잠식하지 않도록 하는 첫 번째 방법은 스스로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지금 나는 불안하다. 이 불안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그러나 때로는 이런 자각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이미 만들어졌다면, 혼자의 힘만으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도움을 청하는 용기입니다.
그 도움의 손길은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의사일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이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솔직히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심리적 지원을 통해 우리는 불안의 소용돌이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불안은 삶의 일부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불안은 찾아오며, 적절히 작용하면 유익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불안이 나를 통제하기 시작할 때는 멈추고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은 내 삶을 잠식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깨우기 위해 찾아온 감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불안을 다루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불안을 적절히 인식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며, 그것이 지나가도록 기다릴 때 우리는 불안을 넘어서 다시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쁨이 불안에게 했던 말처럼, 때로는 불안에게 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