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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온 Dec 08. 2024

나는 왜 하나도 못 파는 판매자인가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앞서 연속으로 2편이나 나와 내 상품을 쪼개서 시장에서 포지셔닝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모두가 1등이 될 수 없는 레드오션에서 1등으로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제 글만 잘 따라 읽으시고 이해하셨으면 이미 스스로를 소개하는데 적절한 한 문장을 작성하셨을 겁니다.

https://brunch.co.kr/@zionbookst/77

 저도 여기까지 공부했을 땐 어느 정도 저에 대한 한 문장 소개를 만들어놨습니다. 그런데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사실 다시 고민하기 전에 판매자로서 단 한 문장의 자기소개는 만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내 생각의 한계는 어디까지였나 이 글을 통해 확인하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그래서 네가 하는 일이 뭔데?"라는 질문과 그걸 왜 고객들이 돈을 지불하고 누려야 하는지 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합니다. 결국 고객이 왜 그걸 사야 하는지 알려면 고객의 문제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고객은 고객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 무한도전

 예를 들어서 3일에 한 번씩 씻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아마 둘째 날 오후부터는 냄새가 날지 모릅니다. 주변 시선도 틈틈이 느껴지고 마침내 스스로도 냄새가 난다고 생각해서 '향수'를 삽니다. 향수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고객도 3일에 한 번 씻는 거 말고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고객이 옳게 선택할 수 있게 알려주는 건 판매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문제를 판매자가 제시해야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바디워시를 판매하는 판매자가 바디워시를 팔기 위해 문제의 고객에게 다가갑니다. 여러분이 판매자라면 어떤 말을 꺼내시겠습니까?


"씻는 순간 시원해집니다. 향이 좋아서 남성(여성)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실 만한 바디워시입니다."


 지금 이 고객의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세일즈 언어입니다. 고객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매일 씻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냄새도 안 날뿐더러 오히려 좋은 향이 나겠죠, 더 나아가서 청결함에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표현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매일 이 바디워시로 씻으면 향수가 필요 없습니다.
좋은 향기로 이성에게 호감을 사고 자신감도 높여보세요.


 물론 어떤 고객이 어떤 문제로 찾아오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고객도 모르고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무엇이 문제여서 접근하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문제를 제시해 줍니다. 보통 바디워시를 구매하시는 고객은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자, 여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언제 / 어떤 이유로 / 어떤 문제를 겪는다]라는 패턴으로 구매이유를 여러 개 만들어보는 겁니다.


고객이 바디워시를 구매하는 이유

1. 씻으려고 화장실을 갔는데 / 바디워시가 다 떨어져서 / 씻지를 못한다.

2. 다 씻었는데 / 내 피부와 맞지 않아 / 몸이 너무 건조해진다.

3. 깨끗하게 씻었지만 / 향이 거의 나지 않아 / 씻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보면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마케팅해 판매할지 작전을 짤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는 것도 중요한데 판매자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원한다면 내 소개보다 고객의 문제를 먼저 파악하고 고객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그럼 고객은 판매자인 여러분에게 신뢰를 갖게 됩니다.


 세상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에어팟이 나오기 전 줄 있는 이어폰을 쓰며 우리는 간혹 불편한 걸 느꼈지만 크게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불편함을 느끼고 불평을 한 사람들은 이어폰 줄이 꼬이지 않게 해주는 이어폰 줄감개를 구매했습니다. 귀엽게 나온 것도 있고 심플하거나 멋있기도 할 정도로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줄 없는 이어폰은 그저 상상만 했던 거죠.

그런데 애플은 우리에게 문제를 던져줬습니다.

줄 없는 이어폰인 에어팟을 출시하면서 그동안 줄있는 이어폰이 얼마나 불편한 건지 알려줬습니다.

제 추측이지만 고객들이 줄 없는 이어폰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게 아닐 겁니다. 그래서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줄 없는 이어폰을 세상에 선 보이면서 줄 없는 이어폰의 선두주자가 됐습니다.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고객들이 불편했던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구매해 보니까 알겠던 거죠.

"아 획기적이다. 그동안 줄 때문에 꼬여서 불편했는데 줄이 없으니까 너무 편해"

하나만 더 생각해 봅시다. 과연 그랬을까요? 줄 때문에 불편해서 사용하지 않고 이어폰을 쓰지 않았나요?

아뇨, 어딜 놀러 갈 때 이어폰은 누구나 꽂고 있었습니다. 다들 큰 불평 없이 오히려 이어폰이 있음에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그저 애플이 문제를 전 세계 고객들에게 알려준 것일 뿐입니다.


이제 여러분 차례입니다. 고객의 문제를 찾아내세요.

언제 / 어떤 이유로 /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찾아내고

그걸로 고객이 당신의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보세요.

하나도 못 팔았다면 지금부터 팔면 됩니다.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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