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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빵은 내 최고의 어린시절.
초등학교 때 그림일기 쓰는 게 재밌었다.
내 이름이 슬기라 슬기로운 생활의 과목을 좋아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문득 강하게 찍혔던 몇 장의 사진들이 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 많은 것들이 동경의 대상이었다.
넓은 초록색 칠판에 흰 분필로 질서 있는 글씨 쓰는 내 친구 서기.
같은 반 회장의 표정.
그 부모는 어떤 사람일까.
앞에 앉는 학생, 곧 죽어도 맨 뒤에 앉는 학생.
난 왜 그때, 뒤로 갔을까.
자신감이 없었다. 부러운 친구들이 많았다.
내 실력으로 반장의 표를 많이 받고 싶었다.
6학년 때 첫 반장이 되었다.
기쁘지 않았다.
반장을 안 해본 사람을 시켰기 때문이다.
마지못해 반장이 되어서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냥 결과만 이야기했다.
"나 반장 됐어.."
"간식 돌려야겠네?"
그렇다.
반장이 되면 간식을 반 전체 인원수에 맞게 돌리는 게 룰이었다.
내 가슴 한편은 울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먹었던 피자빵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사 먹게 된다.
우유 대신 먹었던 조그마한 피크닉 쥬스.
그렇게 나의 피자빵은 최고의 간식이 되었고, 최고의 어린시절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