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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무게

by 김태양 Jan 02. 2025


겨울, 나는 마음이 더 무겁다는 걸 느낀다. 추운 바람이 불어오면, 그 바람 속에 내가 놓아버린 것들이 스며든다. 그 무게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사이에 점차 깊어지고, 내 안에서 무엇인가 끊임없이 흔들린다. 겨울이 오면, 모든 것이 멈춘 듯 고요해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서 가장 많은 것이 움직인다. 그 많은 것들은 과거의 그림자들이다. 나는 그런 그림자들을 피하지 않고, 겨울 바람에 실어 보낸다. 그러면, 그 무게는 조금씩 덜어지고, 그 속에서 나는 내게서 멀어져간 모든 것들을 찾는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이미 알았다. 내가 어떤 순간을 놓쳤고, 어떤 사람을 붙잡지 못했는지. 가을이 지나가며 나를 둘러싼 시간이 더 무겁게 느껴졌고, 그 무게가 겨울에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가을은 그저 지나가는 계절이지만, 그 계절의 끝자락에서 나는 마치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처럼 느꼈다. 그러나 겨울이 오자, 나는 깨닫는다. 겨울은 다가오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음을.


겨울은 그렇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추운 바람에 내 몸이 시리지만, 그 속에서 나는 하나의 작은 온기를 찾는다. 그 온기는 내가 지나온 길을, 내가 놓아버린 순간들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겨울은 한 해의 끝에서 나를 마주하게 만든다. 지나간 일들을 정리하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겠지만, 나는 그 봄을 기다리며 지금의 겨울을 견디고 있다. 겨울 속에서 나는 그리움과 마주하고, 그리운 사람들의 온기를 떠올리며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간다.


계절은 늘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만, 매번 다른 무게로 나를 압박한다. 봄이 오면 그리움의 무게가 다가오고, 여름이 오면 그리움 속에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불타오른다. 그러나 겨울은 다르다. 겨울은 한 해의 끝에서 나를 만나게 한다. 그것은 단순한 추위가 아니다. 겨울의 추위 속에서 나는 내 마음 깊은 곳의 겨울을 만난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대한 애틋함. 그러나 그 속에서 나는 더욱 단단해진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는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한다.


그 끝자락에서 나는 깨닫는다. 계절은 단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무게를 견디며 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겨울은 내게 모든 것을 뒤돌아보게 하고, 그 뒤를 따르는 새 계절을 준비하게 한다. 내 몸과 마음은 그 무게에 조금씩 젖어가며, 더 단단해지고 깊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 다시 봄을 맞이하는 그 순간에도 두렵지 않다. 겨울 속에서 찾아낸 내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계절의 무게가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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