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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Oct 09. 2024

마찬가지로, 나는 너의 다른 이름을 사랑한단다



오랜만에 엑셀을 밟고 싶어. 알잖아. 나는 차를 무서워 하니, 오토바이를 타는 거야. 이어폰을 나눠 끼는 거야. 가고 싶은 곳은 ‘도시’라 불릴 수 없는 곳. 너는 안주는 권하겠지만 나는 빈속에 조금 때려 넣고 싶어. 나를 좋아해서 그런 건지,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하는지 몰라도 나는 다시 걷고 싶어. 걸어야 쉴 수 있으니까. 나는 삶을 걷는 태도로 대할 테니, 네가 쉴 곳을 맡아 줬으면 좋겠다.



카드 목걸이를 샀어. 난 늘 덜렁거리니까. 아이폰 12 미니도 세 번을, 애플워치를 두 번을 잃어버리고 지갑은 명품마다 다 잃어버렸으니까. 근데 웃긴 게 나는 널 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자, 이제 뭐가 명품인지 이해되지? 내게.



내 글을 읽고 좋다고 하다가, 역시 여자 이야기는 예민한지 너는 화를 내는구나. 나는 표현해야만 하니까. 다른 식으로 너를 풀어주자. 새로 연습한 개인기. 예를 들면 한석규가 범죄도시 주인공이었다면 하는 성대모사 같은… 머지않아 작가로서 인터뷰하는 날이 온다면 그 개인기를 꼭 보여줄게. 여러 예능 방송에도 출연해 봤지만, 난 통편집. 알지? 재미는 없어도, 내 마음.



나는 애교가 많아 미용실, 교회 하다못해 처음 가는 식당에 일하는 사람들도 나를 좋아해. 그래서 가끔 놀라,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내가 음식을 늘 “맛있다” 하며 먹는 것도 내 혀가 둔해서이고, 늘 감사하다고 입에 달고 사는 것도 행복의 기준, 허들이 낮아서야. 내가 피아노를 사랑하는 이유는 다른 이름이 건반이라서인데, 마찬가지로 나는 너의 다른 이름을 사랑한단다. 애기야.



액셀을 밟고 싶어. 처음 태우는 담배 맛을 느끼고 싶어. 퇴근길에 네 모습이 보고 싶어서 일하고 싶어. 잠들 때는 괴롭히는 네가 싫고 또 좋아 잠들고 싶고. 아침마다 너에게 “감사하자.”라고 이야기하는 말이, 사랑한다는 뜻인 것을 네가 알까.



빨리 연차가 쌓여야지. 기도원에 가야지. 기도원에서 파는 컵라면에 권사님이 늘 공짜로 주시는 김치를 먹어야지. 예배를 드려야지. 나는 감사할 게 너무 많고, 그 감사 제목 이름이 네 이름이란다. 헌금 봉투를 두둑이 채우고, 플렉스를 해야겠어. 하다못해 기아, 소외 계층 후원금을 늘려야겠어. 나는 더 맛있는 건 필요 없고, 차는 싫고, 지금 사는 집의 크기도 충분한 것 같아. 



“미안해. 나는 불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게 불안해.”



가치를 상실한 시대에서 네게 의미를 줄게. 나라는 책을 읽고 또 외게 해줄게. 나는 매일 너를 복습해. 그래서 알지.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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