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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눈물만큼 내리는 비애(悲哀)

할머니에 대한 기억

by 몽유

오늘도 창틈 사이를 비집고

좁쌀 같은 햇살이 부서지며 비껴든다

실눈을 비틀고 섰던 노란 병아리가

그의 눈물만큼 비를 뿌린다

딱 그만큼 눅눅하고 습기 찬 공기 속에서

퍼지는 짙은 물냄새, 익숙한 그 냄새


유년기 내 작은 등을 감싸고도 남는

사각의 가방을 둘러메고 학교에 갔다

무엇에 지쳤는지 용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할머니 치마폭 속에 깊이 숨겨둔 눈깔사탕 몇 개

한 개는 꼭 그 자리에서 까먹었고

두어 개는 주머니 속에 넣고 집에 왔다


그날도 오늘처럼 병아리 눈물만큼 비가 내렸다

할머니는 파란 바다가 보이는 축축한 둑에 앉아

고기잡이 나간 아들을 기다린 것인지

사각가방을 메고 학교 간 손자를 기다린 것인지

치마폭에 빨간 사탕 몇 개를 숨겨두고 있었다

그날은 결국 사탕을 까먹지 못했다


눅눅하고 습기 찬 공기 속에서

혼자 꼭꼭 숨겨둔 아가미가 귀 밑에서 간질거린다

어느새 깊은 주름을 잡더니 가쁜 숨을 쉬는데

눅진하게 녹아내린 빨간 사탕처럼 달콤한 진액이

아가미 사이에서 그물처럼 엉켜

수상한 것들이 많은 병아리 눈물을 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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