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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의 대화 #2

by 글씨가 엉망

어둠이 걷히고 소리없는 포효함으로 잠을 깬다
어제의 무한한 부정과 소진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다시 묻는다.


왜 그토록 처절할 정도로 삶을 긍정해야 하는가?
이제 왜 긍정해야만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삶은 무거워도, 무서워도

그 무게를 짊어질 힘은 어쩌면 내 안에 숨겨져 있었다.

아무리 허약해 보여도

그 힘은 단단한 생명의 뿌리다.


니체여, 당신이 말한 초인은
결코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부정과 절망 속에서 끝없이 바위를 산등성이로

밀어올리며 미소짓던 시지프스였으니


절망을 직시한 자만이, 그 무서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가능성을 볼 수 있으니.

나는 오늘, 다시 시작하려 한다.
포효할 힘이 없을지라도, 울부짖지 못할지라도
걸음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나의 작은 ‘초인’의 길임을 믿는다.

무한 긍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를 견디고, 또 내일을 맞이하는 것.
어쩌면 그 자체가 가장 처절하고 치열한 삶의 긍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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