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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꺼지지 않는 불꽃

여섯 번째 이야기  10-06 Work

by 운담 유영준 Apr 02. 2025




홍 회장으로 건물주가 바뀌었다.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홍 회장이 건물주로서의 자기주장과 색깔로 건물의 수리와 보수, 그리고 기존 상가 입주자에게 행하는 일련의 사태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했다. 물론 부동산 김 집사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서가 아니다. 다른 부동산과 주변의 법무사들에게 얻은 조언들이 그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가 사람들의 증오와 적개심은 홍 회장에게서 김 집사에게 전이되는 듯했고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모두 오른 임대료를 받아들이는 모양새였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계절이 바뀔 무렵 건물 공사가 시작되었다. 하늘이 뻥 뚫린 옥상에 지붕을 씌우는 공사가 먼저 시작되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공사 소음이 상가 사람들의 마음을 묘하게 만들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장마철 누수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뜩이나 계절적으로 여름을 향해 가는데 손님이 더 줄어들 것 같아 걱정되었다. 모든 장사가 마찬가지지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공사를 지켜보게 되었다. 그런 불안한 마음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옥상 지붕공사를 마친 작업자들이 건물 둘레에 일명 아시바라는 비계 파이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건물 전체 둘레를 두 줄로 파이프를 세우며 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작업자들이 상가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요란히 작업을 시작했다. 손님의 발길은 끊긴 지 오래되었다. 외출하고 돌아온 나는 아내의 풀이 죽은 모습을 확인해야 했다.

“오늘 장사는 종 쳤다. 종 쳤어. 에휴.”

매장에 들어서자, 아내 영숙의 푸념 섞인 날카로운 한마디가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아내를 다독여주기도 전에 밖이 소란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었다. 치킨집 송 사장이었다.  


    

봄의 전령사_산수유 개화, 이젠 무룰 수 없는 봄이다봄의 전령사_산수유 개화, 이젠 무룰 수 없는 봄이다



“뭐야, 이거. 미리 공사한다고 말해 주든지.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막무가내야! 우리보고 어쩌라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 공사 책임자 나오라고 해! 어딨어! 오늘 장사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 한번 해보자는 거지? 이제 나도 이판사판이다. 에이, 시팔 꺼!”

송 사장은 이미 이성을 잃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공사가 잠시 중단되었다. 공사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작은 수첩을 옆구리에 끼고 멀리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그곳에는 팔짱을 끼고 잔뜩 불만을 품은 영숙과 나도 함께였다.


공사 책임자는 중년의 남성으로, 송 사장 앞에 서더니 쓰고 있던 모자를 얼른 벗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의 불그스레한 대머리가 드러났다.

“사장님, 이러지 마시고 이미 건물 회장님과 다 이야기가 된 사항인데 이러시면….”

송 사장이 공사 책임자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폭풍처럼 말을 쏟아냈다.

“이렇게 가게 앞에 쇠 파이프 쌓아 놓고, 입구도 다 막아 놓고 공사를 하면 어쩌란 거요. 당신이 오늘 우리 가게에 매출을 책임질 거냐고. 엉, 엉?”

“이렇게 공사할 거면, 미리 알려나 주지. 그럼 어차피 손님도 못 받고, 하루 문 닫고 편히 쉬기라도 하지.”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영숙이 공사 책임자에게 쏘아붙였다.


공사 책임자는 한쪽 귀를 막고 어딘가 전화를 했다. 분명 홍 회장일 것이다. 송 사장은 비데를 설치하는 건물 외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일부러 들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동네 사람들, 내 말 좀 들어보세요. 공사하는 걸 뭐라 할 수는 없지요. 그럼 최소한 날짜라도 알려 주었으면 하루 편히 쉬기라도 하지. 이러고 건물주는 따박따박 임대료 챙길 거 아니냐고. 정말 억울하고 분해서 못 살겠네. 돈 많은 부자면 뭣 하나. 베풀고 살펴야 진정한 부자지.”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그 구경꾼 사이에 김 집사가 얼굴을 빠끔히 내밀었다가 금세 사라졌다. 



그렇게 공사는 멈추었고 홍 회장 사무실 여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틀 뒤 공사를 한다고. 아주 정중하게 영업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알고 계시라고.





☆ 매주 수요일에 연재합니다. 관심과 애정에 감사합니다. 운담 유영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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