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 며칠 비가 내리고 있다. 여름 장마도 아니고 이렇게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흙내를 풍기고 땅바닥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지렁이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다.
창밖에는 지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비가 오면 장사는 공치는 날이다. 아내는 점심시간이 지나자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점심시간마저도 단골손님 몇 명만 왔을 뿐이다.
“사장님, 건물이 왜 이래요?”
가뜩이나 없는 손님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마음이 불편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우산을 쓰고 밖에서 상가를 쳐다보니 답답할 뿐이다. 비계 파이프가 얼기설기, 낙하물 방지망에 보호 천까지 빗물에 젖어 축 늘어져 있다. 이미 간판은 온데간데없이 보이지도 않고 영업을 알리는 매장의 불빛마저 빛을 잃고 있었다. 문을 확 닫아 버릴까, 생각했다가도 영업시간은 고객들과의 약속이다. 물론 입구에 안내문 하나 붙여 놓으면 될 터이다. 그러나 단골손님이 왔다가 발길을 돌리면 다시는 찾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손님 한 명이라도 받아야 한다. 아무리 비 오는 날 손님이 없어도 문은 열어 놓아야 한다. 그것이 자영업자들의 숙명일 것이다. 매장에 음악을 경쾌한 음악으로 바꾸었지만 다운된 기분은 더 이상 회생이 불가하다.
“사장님, 따뜻한 커피 한 잔 주세요. 아메리카노로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앞치마를 두른 송 사장이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따뜻한 물에 희석해 아메리카노를 두 잔 만들고 송 사장과 마주 앉았다. 그때까지 말 많던 송 사장이 입을 꾹 다물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장님네도 손님 없기는 마찬가지네요. 비가 오니 손님도 없고 외벽공사는 일주일이면 된다더니 벌써 한 달이 다 돼가고. 속이 타네, 속이 타.”
스틱 설탕을 두 개나 넣고 휘휘 저으며 송 사장이 말을 이어 나갔다.
“사장님, 들으셨어요? 2층 신 원장님 요리학원이요.”
“요리학원이 왜요?”
“아 글쎄. 홍 회장이 말이 안 통하는 모양이에요. 바로 요 옆 건물 이층으로 옮긴다네요.”
호로록호로록 소리를 내며 커피를 마시는 송 사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사장님, 이참에 한 달 치 월세를 깎아달라고 해보죠? 공사도 길어지고 손해 보는 건 우린데!”
송 사장이 잔을 내려놓으며 손사래를 쳤다.
“말도 마요. 어제 부동산 김 집사를 찾아갔지 뭐예요. 의중도 떠볼 겸. 내가 미쳤지, 미쳤어. 홍 회장 이빨도 안 들어갈 소리라고 펄쩍 뛰는 거예요. 지가 회장도 아니고. 지가 뭔데 되고말고 지랄이래. 내 참 어이가 없어서 말이 다 안 나오네. 에이 시팔. 내가 왜 치킨집을 차려 갖고. 이런 생고생인지.”
비는 그로부터 이틀을 더 내리고 그쳤다. 창고에 물건을 꺼내려 들어갔다가 건물 뒤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 행동을 멈추었다.
“회장님, 상가 사장님들이 공사 땜에 많이 힘들어합니다. 한 달 월세라도 좀 조정해 주심이….”
“뭐요! 그건 댁이 신경 쓸 일이 아이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누군 땅 파서 장사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