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은 괴로웠다. 이 기차칸의, 아니 어쩌면 이 기차에 탑승해 있는 그 누구보다도 피곤에 절어있었지만 그 감각들은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었다. 잠을 자기 위해 눈을 닫으면 그는 월영의 옥상 텃밭에 있었다. 그곳에는 선인장이 있었다. 때로는 건강하게, 때로는 시들하게, 가끔은 기괴한 모습으로 유성의 머릿속에 존재했다. 그 모습들은 기형적으로 변했다. 더 참담하게, 더 암울하게. 마지막에는 항상 잿빛 안개가 사방을 둘러쌓으며 유성을 잠 못 들도록 괴롭혔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유성의 스트레스는 더 극심해졌다. 그나마 믿을 사람이었던 월영에게 맡겼음에도 그는 편하지 못했다. 창밖의 밝고 푸른 하늘이 유성을 반기지만 그의 영혼은 다른 곳에 온 시선이 쏠려 있다. 자신을 짓누르는 압박감 속에서 유성은 자신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버틸 강직함과 그 모든 것을 초월할 생명에 대한 사랑이 자신에게는 부족해 보였다. 충분했다면 지금 자신은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다. 오히려 넘치기 때문에 이렇게 불안해하는 것일 수 있다. 나에게서 떨어져 있는 그 순간들이 책임의 부재이며 사랑의 침체인 것이다. 나는 지금 충만해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이 분명하다.
목적지에 다다른 기차는 속도를 늦춘다. 브레이크는 천천히 걸리지만 기차가 덜컹거리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아직 서울에 영혼이 갇힌 유성은 기차의 덜컹거림에 정신을 차린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한 유성은 마치 처음 보는 장소에 온 듯 어리둥절했다. 현실에 반쯤 돌아온 상태로 짐을 챙기고는 기차에서 내렸다. 그는 여전히 이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길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와 같이, 이것을 깨지 않으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꽃밭으로 향하며 그는 계속해서 불안해한다. 갑자기 월영이 못 미덥다가도 그를 믿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했다. 사실은 자신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의 증세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에는 잠시 선인장을 잊어야 했다. 월영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잘 포장하여 어딘가에 묻어둬야 했다. 그렇게 묻어두고는 유성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려야 했다. 다른 생명으로 대체하면 될 것이다. 지금 가고 있는 꽃밭의 꽃들.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새싹들. 그들이면 가능하다. 그들이 나의 선인장을 잊게 할 것이다. 그 생녹의 생명들이 나의 머릿속을 차지하고도 남을 것이다. 빨리 가야 한다. 애써 묻어둔 것이 다시 무덤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믿음의 관을 깨고 나와 나의 머릿속을 다시 감염시키지 않도록. 빨리 그들을 봐야 한다. 그들과 생명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나의 죽어가는 정신을 그들의 향기로 마비시키고는 혼을 살릴 대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유성을 어깨에 짐을 들쳐 매고는 속도를 올려 꽃밭으로 향한다.
짐을 풀고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는 고모부를 찾았다. 잠깐 두리번대다 허리를 숙이고 한 새싹에 물을 주던 농부를 붙들고는 자신의 구역이 어디인지 캐물었다. 농부는 갑자기 자신을 붙잡고 공격적으로 쏘아붙이는 유성의 태도에 당황했지만 오래전부터 일했던 유성의 얼굴을 기억해 내고는 그의 구역을 가리킨다. 유성은 농부의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한다. 가기 전 농부에게 감사의 인사는 빼먹지 않았다. 도착한 곳에는 이제 막 고개를 내민 새싹들이 보였다. 현장에 있던 다른 농부가 이 친구들은 수레국화라는 설명을 덧붙여준다. 유성은 바로 일에 투입되었다. 밭에 발을 올리자 장화를 통해 솜처럼 폭신한 흙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눈을 감고는 모든 감각을 그의 오른발에 집중시킨다. 유성은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이게 진짜 땅이지, 속으로 중얼거렸다. 바로 이것을 원했다. 기차 안에서, 빌딩 유리에 비치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휴가신청을 하던 회사에서도, 이 완전한 합일을 기다렸다. 찌르르 우는 새들과 온화한 바람, 막혀 있던 후각을 은은하게 뚫어내는 듯한 흙냄새. 감각의 통일은 그의 몸의 기관들이 섞여 고운 흰색을 띠는 것과 같았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선명한 생명의 기운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유성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 순간, 오랫동안 숨을 참아온 사람이 처음으로 숨을 쉬는 듯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새싹들의 수를 파악하며 그는 일을 시작했다. 수레국화는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개화하는 꽃으로 푸른 꽃잎들 사이에 짙게 자리 잡은 보랏빛 중심이 압권인 꽃이다. 지금과 같은 겨울철에는 마른 줄기를 잘라주고 추위를 잘 버티도록 다시 돌보는 시즌이다. 유성은 갈색 도화지에 녹색 점들을 일정하게 찍은 것과 같은 새로 심은 씨앗들이 있는 구역과, 한 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훈장과도 같은 잘려진 줄기 부분을 메꾸고 있는 녀석들의 구역, 이렇게 두 구역을 담당하였다. 두 구역은 처음으로 맡게 되어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여름 때보다 오랜 기간을 지내기로 선포하듯 신청했던 것에 고모부께서 그에 합당한 책임을 부여했나 보다. 그래도 나름 배려한 것인지 그들은 그를 겨울나기에 강한 수레국화에 배정해 주었다. 추위에도 잘 버티고 물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꽃. 유성이 할 것은 한 주에 물 한 번 주고, 추위에 의해 잘 자라지 못하거나 변색된 부분은 없는지 체크하는 것뿐이었다. 간단한 일을 하는 것에 불만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유성은 구역이 늘어난 것에 행복해하고 있었다. 쉽든 어렵든 그는 더 많은 생명을 책임지게 된 것이었다. 그의 위에 얹힌 생명의 짐은 소작농에게 솜이불과 같은 편안함을 준다. 확정된 그의 가까운 미래는 전보다 더 넓은 땅에서 그의 늘어난 새싹들과 함께 지낼 것이었다. 그가 가장 열망하던 순간이자 자신의 시들어버린 줄기를 가지치기하고 봉합할 기회였다. 이전 꿈에서 보았던 자신의 그 찬란하고 넓었던 꽃밭에 한걸음 다가갔다는 희망이었다. 희망은 잔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풍선과 같이 머릿속 공간을 점점 차지했다가 한 순간에 터지고는 비어버린 그곳을 어둠에게 넘겨버린다. 그럼에도 그것에 중독되는 것은 희망이라는 풍선은 아름다운 모양으로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었다. 유성은 쭈그려 앉아 꽃밭을 손으로 만지며 땅의 온기를 느꼈다. 차갑고 인위적인 도시의 콘크리트 대신, 이곳의 흙은 따뜻했다. 살아있었다. 그는 그 흙 속에서 생명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손끝으로 스며드는 생명의 온기는 마치 그를 다시 세상에 뿌리내리게 하는 듯했다. 이곳이 그의 자리라고,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고 인정해 주는 듯했다. 더 이상 도시에서처럼 쫓기지 않고, 억지로 분리된 공생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했다.
행복의 시간은 무언가에 쫓기듯 빠르게 지나갔다. 유성은 하루하루 밭에 나와 새싹들 사이에서 노동하며 휴식했다. 그의 주위의 모든 개체들이 그의 안식을 염원하였다. 그의 마음은 이제 흔들리지 않았다. 식물들을 바라보며 눈앞의 정적 속에서의 평화를 그의 머릿속에도 옮겼다. 도시의 소음 대신, 자연의 침묵은 소리가 있는 고요함이었다. 씨앗에서부터 자라나는 그 생명들은 그의 손끝에서 직접 느껴졌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 나무 잎이 흔들리는 소리, 흙 속에서 들리는 작은 숨결들이 모두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유성의 마음을 감쌌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났다. 한 주는 그의 뇌에 남아있던 회색 찌꺼기들을 씻어내고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국화들과 같이 아스팔트 사이 핀 꽃의 뿌리도 그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뻗어나갔고, 그 위에 솟아나는 잎사귀도 생명을 띌 것이었다. 그가 오랫동안 갈구하던 완전한 녹색. 도시의 회색빛 속에서 완성할 수 없었던 이상이 여기 있었다. 존재 자체로 존재하는 자연의 생명이 그의 앞에 언제나 펼쳐져 있었다. 오늘도 밭에 나와 새싹 하나하나를 살폈다. 수레국화는 물에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꽃이라 다른 꽃들에 비해할 일이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밭에서 시간을 쏟는 유성은 일이 아닌 교감을 하고 있었다. 이 꽃밭에 내려앉은 진짜 공기를 함께 호흡하며 뿌리가 늘어나고 줄기가 오르는 찰나이면서도 영원인 순간들로 함께 기억의 그림들을 채워나갔다.
꽃밭의 입구에는 오늘도 여러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고 들어왔다. 어제나 그제처럼 또 다른 봉사자들이 여럿 도착한 모양이었다. 워낙에 큰 밭이라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야 했기에 봉사자들을 대거 모집했다. 유성이 기차에서 대화하기 전까지 무희와 진운, 월영을 몰랐던 것도 그 정도로 넓고 사람이 많아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심지어 같은 기간에 일하여도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서울로 돌아가는 일도 허다했다. 무희와 진운도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누구나 생명을 쫓는다. 꽃일 수도, 미래의 나일 수도 있다. 뛰어갈 수도 있고, 잠시 쉴 수도 있다. 유성의 발 앞에 땅을 뚫고 나온 여린 싹을 내려다본다. 이 아이를 쫓아 이곳까지 온 것이다. 유성은 자신이 다시 태어나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소리 있는 적막함 가운데 평화로웠다.
- 유성이 형!
유성은 목소리와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누가 자신을 불렀는지 알아챈다. 모든 소리가 죽고 정적만이 남았다. 아직 오기로 한 날이 아니었는데. 둥둥 북소리와 같은 심장의 울림이 적막함을 깨고 울려 퍼진다. 설마와 아니겠지가 뒤섞여 살 떨리는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그 아이가 있었다. 꽃밭 사이의 길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북소리는 그의 귓가에서 더 크게 그의 등장을 알린다. 월영이었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였다. 분명 나랑 겹치지 않았는데. 지금 저 자식이 저기 있으면 안 되는데. 유성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의 주변 모든 것도 함께 흔들린다. 선인장을 보고 있어야 하는데. 나의 선인장을. 그냥 두고 온 것인가. 어떻게 된 것일까.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있는가. 혼자 두면 죽을 텐데. 죽을 것이 분명한데. 왜 거기 있는 것이야. 왜 거기 서 있는 것이야. 나는 그를 믿었는데. 나는 너를 믿었는데. 아니었어. 그냥 배신자였던 거야. 원래부터 그랬던 거야. 너는 언제나 너의 생명만이 생명이었던 거야. 터져 나오기 직전인 그의 눈가에 용암 같은 물방울이 맺힌다. 나쁜 것. 유성은 월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그의 발끝은 흙을 거칠게 밟으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이기적인 새끼. 너는 아직 몰랐던 거야. 생명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것을. 그것은 소유마저 초월한다는 것을. 넌 그것을 개무시했어. 그 숭고한 것을 더러운 시궁창에 버려버린 거야. 부들거리는 발걸음을 하나하나 끌어 그에게 간다. 아, 죽어가고 있겠지. 결국 그것은 죽을 운명이었던 거야. 나의 죽음을 가져갈 구원자였던 것이야. 너는 그것을 못 박은 거야. 구원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죽인 것이야. 월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다 그의 왼손에 들린 작은 화분을 발견한다. 화분 위에는 선인장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삐뚤어진 그는 안도감보다는 굳이 여기까지 선인장을 들고 온 월영이 아니꼽게 보일 뿐이었다. 오다가 쓰러뜨리면 어쩌려고, 덜컹거리는 기차의 모든 순간이 그것에게는 죽음과의 사투였을 것이야. 먼저 와서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흔들리던 것들이 더 크게 요동친다. 이곳은 전적으로 새싹들을 위한 공간인데. 넌 또 그 아이를 방치하겠지. 너의 영혼들에게 달려가겠지. 너는 무슨 생각인 걸까. 생각이 있는 것일까. 그냥 단순히 나를 생각해서 들고 왔다는 멍청한 생각으로 온 것일까. 저 아이를 생명으로는 보고 있나. 그런데도 이럴 수 있나. 그는 월영 앞에 섰다.
- 형, 향기가 미쳤어요 이걸 제가 못 참고 그냥 두 주 먼저 와버렸어요. 하, 이걸 어떻게 참아요. 아 참, 물론 얘도 같이 데려왔어요.
- 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금 온 거야!
유성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한순간 꺼졌다. 아직 유성의 귓가엔 북소리뿐이었다.
- 형, 왜 그래요..
- 너 이 주 뒤에 오기로 했잖아. 그때까지 이 친구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잖아. 벌써 오면 어떡해. 이 녀석까지 데려오면 어떡해. 얘는 생명이야. 너처럼 막 다루면 안 된다고. 이렇게 이곳저곳 쉽게 들고 다닐 아이가 아니라고. 옥상에 있던 꽃들은 맡겨놓고 얘는 왜 데려온 거야. 그래, 넌 차별자였던 거야. 그 녀석들이 훨씬 소중했던 거야.
- 아니에요. 무슨 말이에요, 형.
- 아니, 닥쳐. 넌 배신자야. 널 믿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널 너무 믿었던 거지. 내 잘못이야. 나도 눈이 멀었던 거야. 넌 생명의 찬란함을 멸시했어. 이 아인 나의 구원자였어. 이 선인장이 나를 살렸다고. 그런데 넌 그것을 그냥 눈을 호강하는 장식품으로 만들었어. 당장 내놔. 그리고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져. 어딘진 모르겠지만 그 잘난 너의 꽃들에게 가. 가서 너만의 꽃밭에서 그렇게 소꿉놀이하며 살아.
유성은 월영이 들고 있던 선인장을 낚아채고는 그대로 뒤로 돌아 걸어갔다. 여전히 그의 발걸음은 울리고 있었다. 그 울림은 충격에 빠진 월영의 귓가에도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멀어져 가는 유성을 달려가 붙잡았다.
- 형, 도대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그래도 형이랑 같이 일하고 싶어서 온 건데, 형이 왜 그렇게 화가 난 건지 이해가 안 가요. 제대로 설명을 좀 해주세요.
유성은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며 선인장을 감쌌다. 북소리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아니, 넌 몰라. 말해줘도 모를 거야. 생명의 숭고함을. 그 구원을! 널 너무 과대평가한 내 잘못이야. 아직 20살인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어. 사실 많은 것도 아니었어. 단 한 생명. 그 선인장 하나였는데 그것을 못 지킨 거지. 제발 빨리 좀 가. 말도 하지 마. 너 얼굴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올라. 지금은 이 녀석 챙기는 게 우선이라 그냥 가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
월영의 얼굴에도 붉은빛이 오르기 시작했다.
- 형, 선인장 그거 물 안 줘도 잘 살아요. 형이 잘 모르는 건지, 아니면 지금 뭐에 씐 건지는 모르겠지만 형 저는 그렇게 생명에 대해 가볍지 않아요. 이곳의 모든 것들이 저에겐 생명이고 삶이에요. 지금 제 앞에 있는 형까지도. 일단 진정 좀 해봐요.
- 야! 제발 닥치라고. 가라고! 아니다. 내가 갈게. 어차피 너 안 갈 거잖아. 너랑은 말도 하기 싫으니까 비켜.
유성은 월영을 지나쳐 걸었다. 곧은 몸으로 그는 꽃밭 밖으로 나갔다. 잠시 멈춰 서거나, 뒤를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월영은 그를 다시 한번 잡으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그의 뒷모습은 전혀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선포였기 때문이었다. 북소리는 그렇게 옅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