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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명 Oct 28. 2024

동행


가을 안부 전하던 은행나무

바람 짊어질 때마다

노랗게 물든 웃음 뿌린다     


밤새 별이 놀다간 가지에는

기억을 저장하는 옹이가 

하나 둘 켜지고 

눈꽃 만개할 채비 마친 둥치는 

탈곡된 언어를 이정표에 새긴다     


무채색 저녁의 무게 삭여 지켜낸

순한 걸음이 만든 세상     


겨울의 절정에 피는 꽃이 봄

이라는 속설은

별과 은행나무와 복수초가 

누대로 이어온 얼음의 계보였을까     


기다림이 있는 시간은 달다     


색 바랜 표지 들추며

나란히 걷는 내 발길 위에도

곁불 쬐며 옹기종기 둘러앉은 

잎새들 정담이 따사롭다     


정성껏 매만진 은행 한 다발 놓고

시장통에 동그마니 앉은 할머니 

눈가에도 눈꽃이 꿈처럼 영글었다     


은행잎 나풀나풀 


할머니 굽은 등을 토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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