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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남 Dec 14. 2024

반성 / 한수남


할머니가 신새벽 바닷가에서 비워냈던 요강

요강단지 속 내 오줌은

바닷물 타고 멀리 멀리 파도에 실려 어디까지 갔을까          


풀꽃 시계를 만들어 내 손목에 채워 주던

풀물 들어 손이 시퍼렇던 그 아이는

그 아이의 울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장수풍뎅이 한 마리 잡아서 발라당 뒤집어놓고

팔다리 떼어 꼼짝 못하게 장난질하던

오오 그 몸뚱이는 잘 썩었을까       

   

죽은 언니가 찾아 와서 술을 마셨다던

분명히 차 있던 제 술잔이 어느새 비어 있더라던

스무살 때 내 친구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깊은 후회도 눈물도 없이

함부로 걸어온 길이 내 길이 되었으나


어느 황혼 녘

지퍼가 허술한 가방을 메고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채


나는 어느 쓸쓸한 바닷가를 헤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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